[쿠키 人터뷰] ‘회사원’ 김동준 “살아온 얘기하니 캐스팅 돼”

[쿠키 人터뷰] ‘회사원’ 김동준 “살아온 얘기하니 캐스팅 돼”

기사승인 2012-10-22 13:51:01


[인터뷰] 올 한해 임시완, 배수지, 정은지 등이 ‘연기돌’로 주목받았지만,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연기 도전은 여전히 험난하다. 그만큼 선입견도 심하다는 것이다. 신인 배우가 했을 경우 실수로 넘어갈 연기도,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할 경우 큰 이슈로 부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거론한 ‘연기돌’들처럼 극 중 ‘한 방’을 보여줄 경우 맛보게 되는 희열은 그 어느 무대보다 짜릿하다.

제국의아이들 김동준이 영화 ‘회사원’에서 이 짜릿한 ‘한 방’을 들고 스크린에 데뷔했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아이들로 지난 2010년 가수로 데뷔한 후 2년 만에 배우로까지 영역을 넓힌 셈이다.

김동준은 극중 살인청부회사에 직원 지형도(소지섭)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라훈으로 등장한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청부살인을 하는 킬러인 셈이다. 라훈은 전직 가수 유미연(이미연)의 아들로, 유미연과 지형도가 만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물론, 지형도의 심적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인물로 나온다.

그동안 음악 무대나 예능에만 출연했고, 드라마는 지난해 설 특집 드라마 ‘영도다리’와 케이블 드라마 ‘소녀K’에서 특별출연 수준으로 등장했었다. 제대로 된 연기는 처음인 셈이다. 그것도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에서 말이다.

“많이 부끄러웠죠. 연기를 한 것도 그렇지만, 스크린에 제 모습이 너무 크게 나오니까요. 그래도 첫 장면이 잘 나왔다는 말을 들어서 다행이에요. 사실 훈이가 맡은 가장 중요한 장면은 첫 장면과 끝 장면이었어요. 마지막에 총 들고 끝나는 것인데, 그러면 너무 폭력적인 것 같다며, 추가 촬영해서 지섭이 형이 서 있는 모습으로 바뀐 거예요. 아쉽지만 그게 더 나은 것 같아요.”



김동준의 첫 등장 장면은 강렬했다. 비록 아르바이트생이지만, 뛰어난 몸놀림으로 목표를 제거하는 모습은 ‘연기 초짜’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운동돌’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운동신경을 김동준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작 김동준에게 아쉬운 부분은 극 중간에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보여준 감정신이었다. 회사와 지형도에 대한 배신감과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감정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강렬한 첫 장면 후에 등장한 장면에서 다소 어설픈 느낌의 감정신. 그런데 이유가 있었다.

“사실 그 감정신이 첫 촬영이었어요. 감독님도 처음 만났고, 지섭이 형도 처음 만났죠. 처음 영화를 촬영하는데, 흐름도 모르겠더라고요. 차라리 첫 장면을 찍고 그 장면으로 넘어갔으면 이해라도 할텐데, 전혀 감을 못 잡았어요. 그 장면이 제일 아쉽고, 촬영하는 내내 그 장면을 다시 찍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죠.”

비록 소속사의 제의가 있긴 했지만, 역할이 본인의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안되는 법. 그런 면에서 김동준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내 역할이다’라는 감을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오디션을 보기 위해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감독은 김동준의 연기력이 아닌 진심을 읽었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훈’이라는 역할을 보고 ‘내가 할 수 있겠다. 아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감독님이 연기는 안 보시고 ‘너 어떻게 살았어?’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쭉 말했는데, ‘네가 연기한다는 생각하지 말고 이제까지 살아왔던 느낌을 그대로를 보여준다면 그게 ’훈‘이다’라고 말하시더라고요. 또 ‘나도 처음 하는 것이고 너도 처음 하는 것이니까 믿고 한다’고 말하셨어요.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처음 영화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멤버들의 반응은 ‘진짜냐’라는 놀라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시완과 박형식이 드라마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황광희가 예능에서 자리를 잡음과 동시에 최근 영화 ‘가문의 귀환’ 촬영을 하고 있지만, 영화는 김동준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기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저보다는 지섭이 형이나 이미연 선배에 대해서 더 많이 묻더라고요. 멤버들뿐 아니라, 소속사 직원들조차도 지섭이 형과 영화를 촬영하는데 관심을 많이 보였고요. 영화평요? 아직 다들 바빠서 이야기를 못 들었죠.”



영화를 본 이들이나, 그동안 방송을 통해 김동준을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 있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김동준의 고민은 의외로 사투리였다. 부산 출신인 김동준은 제국의아이들 데뷔 초반 억양이 강한 사투리를 구사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고쳤지만, 결정적으로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사투리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데뷔 초에는 사실 사투리를 고쳐야 된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사투리로 하는 연기를 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했죠. 또 드라마도 처음에 ‘영도다리’를 해서 그런지, 표준어 연기를 의식하지 않았어요. 최근에 인국이 형이 보여준 캐릭터 등을 고려하면서 안 고쳤죠. 그런데 이번 ‘회사원’을 찍으면서는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제가 계속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역할의 폭을 넓히고 싶어요.”

22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회사원’은 누적관객수 96만 3762명으로 1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이은지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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