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 영화는 그 의도와 주제도 뚜렷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느냐에 가장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무리 문제의식이 뚜렷하더라도, 전달하는 방법이 신통치 않으면, 결국 용두사미라는 처참한 결과만 낳는다.
영화 ‘비정한 도시’는 던지는 메시지는 사뭇 진지하다. 우리가 늘 스쳐 지나며 만나는 도시의 사람들이 나를 해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내가 해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물론 이 같이 서로가 서로를 해치는 상황이 악감정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하게 선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막다른 골목이 이르게 되고, 거기서 사람은 누군가를 향한 가해자가 됨을 이야기한다.
스토리는 이렇다. 택시기사 돈일호(조성하)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5000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뺑소니 사고를 신고하겠다는 협박 문자를 받는다. 심야시간 돈일호는 도시 변두리에서 자전거를 타고가던 고등학생 정봉연(최우식)을 친 것이다. 돈일호에게 협박 문자를 보낸 이는 그 장면을 목격한 김대우(김석훈). 김대우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사채업자 변사채(이기영)에게 장기 적출을 당할뻔 했다. 간신히 체납 기간을 연장했지만, 상황은 악화되어 결국 돈일호를 협박하기에 이른 것이다.
췌장암에 걸린 대우의 아내 홍수민(서영희)은 남편의 힘겨운 모습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현장에 있던 탈옥범 심창현(안길강)과 난투극을 벌이게 된다. 그들이 티격태격하던 건물 옆에선 변사채의 아내 오선정(이주원)이 불륜남과 밀회를 즐기고 있다. 모텔에서 나온 오선정은 돈일호의 택시에 탑승했지만, 이내 납치를 당한다.
영화는 옴니버스 방식으로 서로 모르는 이들이 우연히 엮이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출을 통해 보여준다. 이 일이 벌어지는 시간은 단 하루다. 그 시간 사이에 사람들은 각자의 필요에 의해 우연찮게 벌어진 일을 잔인하게 이용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는 딱 여기까지다. 즉 김문흠 감독이 ‘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비정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뜻’만 스크린에 남아있지,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과 개연성, 그리고 공감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각자의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그 상황이 다른 이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 너무 장황하면서도 디테일하게 설명하려 했다. 물론 그들의 절박함을 보여주려 한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도리어 이는 옴니버스 스타일과 어울리지 못하고 지루함을 낳게 했다. 여기에 정봉연의 상황은 도리어 어떤 설명 없이 갑자기 이어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음은 물론, 모텔 앞에서 티격태격하는 커플의 모습은 ‘왜’ 영화에 등장했는지 모를 정도다.
즉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는 지는 이미 영화 초반에 파악이 됐고,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려고 기다렸지만,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내용과 캐릭터를 담으려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잡탕밥이 되어 버린 셈이다. 군더더기를 좀 더 덜어냈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오는 25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트위터 @neocross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