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겸 가수 김정훈이 7년 만에 국내에서 음악 활동을 재개한다. 7년이라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김정훈의 걸어온 궤적을 보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한 부분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음악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김정훈은 ‘배우’로서 살아왔다.
드라마 ‘마녀유희’ ‘궁’ 등에 출연하다가 군에 입대, 지난해 제대했고 다시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바보엄마’ 등에 모습을 보였다. 또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출연해 뮤지컬 배우로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그랬던 그가 가요계 컴백을 선언한 것이다.
실상 이 같은 모습이 의아한 것은 배우로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가수들은 본업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은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후배 가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미 배우의 모습으로 대중들과 수년을 봐 온 상황에서 자칫 가수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냥 자신의 출발점에 대한 향수 정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훈은 이런 구분에 대해 딱히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가수를 은퇴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어찌하다보니 7년 만에 앨범을 들고 나오게 됐죠. 사실 배우, 가수라는 수식어는 제가 방송에서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할 때 자막에 넣을 때나 필요한 것 같아요. 가수를 하든 배우를 하든, 그것을 보이는데 꼭 이분화 시켜야 되나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김정훈이 이번에 들고 온 앨범은 신곡이 아닌 리메이크 곡들로 가득 찼다. 이오공감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을 타이틀곡으로 한 이 앨범에는 ‘하얀 겨울’ ‘너 그럴 때면’ ‘가시나무’ ‘너 없는 동안’ 등 5곡이 들어가 있다.
“리메이크 곡을 발매한 적도 없고, 게다가 가수 활동을 하다가 리메이크 앨범을 낸 것이 아니라 갑자기 내서 뜬금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전 너무 트렌드를 따라가기 싫었는데, 신곡을 내면 트렌드를 따라갈 것 같았죠. 그렇다고 이번 리메이크 앨범이 너무 올드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안 하려고 하다보니 조금 오래 걸렸죠. 아무튼 우선 그 때 감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실상 이는 자칫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90년대 흐름에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7’을 비롯해 90년대 감성에 대한 향수가 짙은 상황에서 90년대 노래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신곡보다는 리메이크 곡을 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준비는 몇 달 전부터 해왔어요. 90년대 노래를 선정한 것은 단지 10대 때 제가 들었던 음악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때 음악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충 뭘 할지 고민하고 있었죠. 얼마 전부터 90년대의 재조명이라고들 하는데, 전 우연하게도 맞아떨어지게 된 것뿐이에요. 사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신경을 더 안 썼죠. 전 저니까요. 이 곡들이 급조해서 만들 수 있는 곡들도 아니니까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김정훈의 선곡 기준은 처음에 간단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어릴 적에 듣던 노래들이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음악은 음악인들의 창작의 산물이고, 창작자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기술적인 면이 합쳐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편곡하고 현재의 것으로 끌어오는 작업은 늘 벽을 만든다.
“‘너 그럴때면’은 편곡자가 추천해준 곡이고 나머지는 제가 듣던 노래들 대부분이에요. 처음에는 굉장히 넣고 싶은 노래가 많았죠. 하지만 편곡이 쉽지 않았어요. 어느 노래는 편곡이 아예 불가능한 곡이 있었고, 어느 곡은 원곡이 너무 뛰어나 편곡이 무의미한 노래도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실린 곡들이에요. 타이틀곡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은 사람들의 공감을 가장 잘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선정했고요.”
그렇다고 생각해도 시대적으로 굉장히 많이 거슬러 올라갔다. 1980년생인 김정훈이 1992년에 나온 이오공감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나, 1993년 나온 미스터 투의 ‘하얀 겨울’, 1994년에 나온 김원준의 ‘너 없는 동안’을 공감하고, 편곡해 다시 재해석하는 과정이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일면 들게 한다.
“사실 이 노래들은 그 당시만 들었던 노래들이 아니죠. 발매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등 제 10대를 같이 했던 노래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대학 와서는 노래를 잘 안 들었죠. 학교에 늘 있어서 음악을 접하기 쉬웠던 고등학교 때 저에게 영향을 준 노래들인 셈이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는 김정훈이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타임 슬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싶단다. 이를 상상하면 가슴이 뛴다는 김정훈은 아직도 욕심이 많은 청년이다.
“평소에 그런 생각을 안했는데,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질문을 받다보니까 문뜩 궁금해지는 거예요. 제가 19살, 20살로 돌아가면 어떨까. 여러 가지 길이 있었겠죠. 원서를 다시 써서 다른 학교에 갈 수도 있었고, 아니면 그냥 학교에 다닐 수도 있고요. 물론 지금과 똑같이 살고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의 제 모습을 알고 가니까, 뭔가 다르게 살았을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니, 굉장히 할 일도 많고, 가슴이 뛰더라고요.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