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노조, KBS 촬영 거부 돌입
[쿠키 연예] 배우들이 대거 KBS 촬영 거부에 돌입한다. 드라마의 미지급 출연료 때문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는 12일 서울 여의도 한연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는 13억 원에 달하는 미지급 출연료를 해결하라”고 촉구하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촬영 거부를 선언했다.
한연노가 주장하는 내용은 KBS의 출연료 지급보증 약속 이행과 단체협약, 출연료와 수당의 현실화, 미지급 출연료 13억 원 지급 이행 등이다.
한영수 위원장은 “촬영을 거부하는 이유는 KBS가 미지급 출연료를 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며 “겉으로는 정상 계약을 하고 뒤로는 협박해서 출연료를 깎고 있다. 약속을 이행하고 단체협약과 출연료 협약을 지키면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부분의 배우들이 한연노 소속이라는 점에서 방송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배우들의 촬영 거부는 결방까지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시청률 40%를 눈앞에 둔 KBS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와 인기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를 비롯 ‘대왕의 꿈’과 ‘힘내요 미스터김’ ‘사랑아 사랑아’ 등도 대상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12일부터 무기한 촬영거부에 들어가며 출연진들은 노조의 지휘에 따라 현장에서 투쟁 대오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함께 성우 지부, 방송코미디언 지부, 무술연기자 지부 소속 조합원 5000여 명 전원도 촬영 거부에 동참한다.
한 위원장은 “방송문화예술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연간 1000만 원도 못 버는 연기자들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라며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고소득층의 문제가 아니라 출연 소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대다수 연기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심각한 상태”라고 피력했다.
이어 “작년 4월, 간부 4~5명에게 신속하게 해결하라는 KBS 김인규 사장의 말이 있었음에도 차일피일 미뤘다. 한국의 공영방송인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인기 배우 최수종조차 드라마 ‘프레지던트’로 출연료를 못 받았다. 한류, 한류하면서 부끄러운 노릇이다. 일부 연기자들은 카드빚까지 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KBS는 외주제작사를 통해 금액을 지급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외주제작사의 문제인 만큼 법정 의무는 없지만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
이에 한연노는 “방송사들이 직접 제작할 때와 비교해보면 절반 수준의 덤핑 가격으로 제작사와 편성 계약을 한다. 제작사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단 제작하고 보자는 식”이라며 “외주제작이라 해도 실제 현장을 지휘하는 것은 방송사 간부와 방송사에서 파견한 PD들이다. 결국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밀실담합으로 죽어나는 것은 연기자와 스태프들”이라고 주장했다.
한연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촬영거부 투쟁 출정식을 가졌다. 이들은 도보로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KBS 신관을 거쳐 다시 KBS 별관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가두시위를 벌였다.
한편, 지난 1988년 설립된 한연노는 우리나라 최대의 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다. 탤런트와 성우, 코미디언 등 톱스타부터 신인들까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