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로즈무비] 활·광해·살인범…한국영화 표절 논란, 왜 반복되나

[Ki-Z 클로즈무비] 활·광해·살인범…한국영화 표절 논란, 왜 반복되나

기사승인 2012-11-18 09:47:01

[쿠키 영화] “베낀 것인가 우연의 일치인가…”

문화 창작물을 둘러싼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화 역시 이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콘텐츠.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 화면구성, 캐릭터 설정 등 여러 면에서 표절 의혹에 휩싸인다.

최근에는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가 이 같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시나리오 작가 윤 모 씨가 지난 13일 이 영화의 제작·배급사인 쇼박스와 공동제작사인 다세포클럽 등을 상대로 ‘영화 상영을 중단하고 보관 중인 필름을 수거하라’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의 주장은 ‘내가 살인범이다’와 지난해 9월 자신이 출시한 애플리케이션 만화 ‘진실의 순간’의 이야기 구성, 사건 전개방식, 인물 심리묘사 등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세포클럽 관계자는 “영화의 초고 트리트먼트가 지난 2009년 7월 14일에 나왔기에 그의 작품을 베꼈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진행해 윤 씨의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력한 입장을 보였다.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도 한차례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1993년 국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데이브’와 스토리 진행방식이 비슷하고 캐릭터와 일부 장면이 겹친다는 것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시대 광해군이 양귀비에 중독돼 깨어나지 못하자 도승지 허균이 임금과 똑같이 생긴 대역을 찾아 혼란을 막는 이야기를 뼈대로 한다. ‘데이브’도 이와 유사하다. 미국 대통령이 혼외정사 중 뇌중풍을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지고, 비서실장이 대통령과 닮은 사람을 찾아 대역으로 내세우는 이야기가 기둥 줄거리다.

영화의 배급을 담당하는 CJ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크게 봤을 때 비슷한 설정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왕자와 거지’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지 ‘데이브’를 참고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해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최종병기 활’(747만) 역시 표절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006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아포칼립토’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

‘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정예부대에게 누이 자인을 빼앗긴 남이가 활 한 자루로 거대한 활 전쟁을 치르는 이야기를 그린다. 흡사한 스토리로 논란이 된 ‘아포칼립토’는 마야문명을 배경으로 이웃 부족에 끌려간 표범발이 온갖 추적을 따돌리고 마을로 돌아와 자신의 가족을 구하는 내용이다.

스토리의 진행뿐 아니라 추격 시퀀스와 절벽 뛰어넘기 등 일부 장면이 유사하고, 특히 호랑이가 등장해 위험에 처한 주인공을 물리친다는 점이 ‘아포칼립토’의 재규어 신과 겹친다는 지적이다. 이런 논란에 김한민 감독은 “‘아포칼립토’에서 추격의 원형을 차용한 것은 맞지만 표절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한 ‘최종병기 활’과 올해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은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는 것은 한국영화가 얼마나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가를 여실히 드러내는 예다.

사실 영화의 표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는 프랑스영화 ‘마이 뉴 파트너’와 동일한 콘셉트로 수차례 논란이 됐으며, 영화 ‘어린신부’는 홍콩영화 ‘아저씨 우리 결혼할까요’, ‘마지막 늑대’는 ‘깝스’, ‘간 큰 가족’은 ‘굿바이 레닌’과 비슷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른 영화의 스토리를 차용할 경우에는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해야 한다. 지난 1997년에 개봉한 이진석 감독의 ‘체인지’는 개봉 직전 일본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전교생’과 흡사한 스토리진행이 밝혀져 제작사가 뒤늦게 판권을 구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표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이다. 저작권을 침해당한 사람이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표절’이라는 것은 판단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다. 베낄 의도가 없더라도 영화는 촬영이나 편집 등이 제한돼있는 작업이기에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충분히 유사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패러디와 오마주 등 다양한 영화기법 사용에 있어서도 그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어렵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작가나 연출자들의 도덕적 양심이 중요하다”면서 “조금은 베껴도 영화적 언어로 해석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누구나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합리화시키는 것 역시 조심하고 자신만의 창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채찍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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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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