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시청률일까, 작품성일까. 올 한해 드라마를 되짚어 보는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국민 드라마’로 불리며 높은 시청률을 올린 작품도 있지만, 낮은 시청률임에도 호평을 받으며 ‘명품 드라마’로 등극한 작품들도 있다. 방송 3사가 선택한 올해 최고의 드라마는 무엇이며 연기대상의 영예는 누가 안게 될지 미리 살펴보자.
드라마 풍년 KBS, 치열한 경쟁 예고
KBS는 올해 가장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드라마 풍년이었던 만큼 연기대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올해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린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은 가장 완벽한 주말드라마의 전형을 그려내며 큰 사랑을 받았고, 치명적인 매력을 보이며 여심을 사로잡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 남자’)’ 그리고 ‘각시탈’, ‘적도의 남자’ 등이 유력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17일 발표한 ‘2012년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 결산’에 따르면 ’넝굴당’이 연간 1위와 드라마 1위를 차지하며 그 위용을 과시했다. 지난 9월 4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넝굴당’은 커리어우먼 홍윤희(김남주)가 상상도 못했던 시댁의 등장으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다양한 연기 경력을 가진 베테랑 연기자들이 실제 부부 이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명품연기를 선보였고 이희준과 조윤희, 오연서 등은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올해 가장 유력한 연기대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김남주는 이미 ‘코리아드라마어워즈’를 비롯,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그리메상’에서 트로피를 받으며 그 위용을 과시했다.
‘착한 남자’의 송중기 또한 유력한 후보다. 사랑에 전부를 걸었던 강마루 역을 맡아 얽히고설킨 진한 사랑과 복수를 그려내며 ‘재발견’이라는 평을 얻었다. ‘착한 사랑’은 시청률 20%는 넘지 못했지만, 줄곧 수목극 정상을 지키는 데에는 성공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각종 CF를 통해 밝은 이미지를 구축해온 송중기는 이번 드라마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앞에 두고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빚어내며 하반기 브라운관의 가장 핫한 배우로 떠오르기도 했다.
‘적도의 남자’의 엄태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지원과 이승기의 MBC ‘더킹투하츠’ 그리고 박유천과 한지민의 SBS ‘옥탑방 왕세자’에 비해 ‘적도의 남자’는 화제성에 있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수목극 꼴찌로 시작한 ‘적도의 남자’는 방송 9회만에 두 드라마를 제치고 1위 자리를 꿰차는 기염을 통했다. 결국 드라마의 성패는 화려한 캐스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셈이 됐다. 화제를 모았던 엄태웅의 시각 장애인 연기는 디테일한 연구과 노력에 따른 결과였다.
뿐만 아니라 일제에 맞서 싸우며 조선인들의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각시탈’ 강토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각시탈’의 주원은 첫 주연작에서 연기 호평을 얻으며 작품을 성공의 궤도에 올려놓은 바 있다. 오는 31일 개최되는 KBS 연기대상에서 누가 최고의 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MBC, '해품달' 김수현 웃을 수 있을까
올해 방송된 MBC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과 인기를 누린 드라마는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이다. 또한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시즌2’ 제작 요구가 봇물을 이룰 만큼 큰 인기와 반향을 누린 드라마는 ‘골든 타임’이었다.
오는 30일 방송되는 MBC 연기대상의 유력 후보는 ‘해품달’의 김수현과 ‘골든 타임’ 이성민로 좁혀진다. 조금 더 넓게 보자면 사극 인기를 잇고 있는 ‘마의’의 조승우와 64부작으로 긴 시간동안 안정적인 시청률을 올린 ‘빛과 그림자’의 안재욱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퓨전 사극 ‘해품달’의 주역 김수현은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순애보와 나라를 다스리는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왕 이훤 역을 소화하며 ‘훤앓이’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데 이어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 신 한류스타로서 입지를 굳혔다.
무녀가 된 세자빈과 젊은 왕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 사극 ‘해품달’은 제작 초기부터 캐스팅 난항에 부딪히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김수현은 우려를 뒤집고 성공적인 첫 주연 데뷔작을 일궈낸 바 있다.
국내 의학계의 불편한 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 ‘골든 타임’의 이성민은 애초 이선균에 이은 서브 주연이었다. 그러나 인간적인 의사 최인혁 역을 연기하며 타 배우들의 존재감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안방 시청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명품 배우’의 진면목을 드러낸 작품이었다.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응급의학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긴박하게 풀어낸 ‘골든타임’은 의료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녹여냈고, 가장 이상적인 의사인 최인혁 역을 맡은 이성민은 캐릭터를 200% 소화해내며 더욱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드라마 가뭄 SBS, 대상은 누구에게?
올해 드라마 흉작인 SBS는 시청률 보다 연기력에 주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추적자’의 손현주, 김상중 그리고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 등 중년의 배우들이 대상의 트로피를 가져갈 가능성이 유력하다.
‘추적자’는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형사가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며 권력에 대항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형사 역을 맡았던 손현주와 김상중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화려한 출연진은 없었지만 ‘추적자’는 방송 2회 만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각광받았고, 영화와 같은 흡입력과 배우들의 감정을 살린 영상미, 군더더기 없는 편집으로 한 시간 내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보여 ‘미드(미국드라마)’를 뛰어 넘는 탄탄한 스토리와 완성도를 자랑한 바 있다.
극중 자신의 아내와 딸을 잃게 한 범인인 유력 대선주자 강동윤(김상중)을 처단하는 과정을 그리며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손현주는 뛰어난 연기와 몰입으로 20%를 훌쩍 넘는 시청률을 견인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김상중 또한 강인하고 냉철한 연기로 극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신사의 품격’에서 중년 남성의 새로운 품격을 그려낸 장동건은 12년 만의 드라마 나들이었다. 독설이 특기인 건축사 김도진 역을 맡아, 완벽한 얼굴과 흠 없는 스펙을 지녀 여성들의 마음을 홀리지만 철저하게 독신으로 살아온 인물을 그려냈다.
‘신사의 품격’은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며 세상 그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는 불혹(不惑)을 넘긴 꽃중년 남자 4명이 그려낸 드라마로, 김수로와 김민종, 이종혁이 함께 출연하며 ‘꽃중년 4인방’을 완성해 극의 재미를 더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장동건은 안정적인 연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드라마를 입체적으로 완성시켰다는 평을 얻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