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김래원이라는 배우의 영화를 처음 봤어요. 나이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 내면연기가 엄청나더라고요. 영화가 끝났는데도 자꾸 유일한 감독(극중 배역), 김래원 생각만 나요.”(16·경기도 파주)
“사람들이 뻔한 다문화가정 영화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저도 김래원이 나오기 때문에 본 거였는데요. 하지만 보고 나서 밀려드는 감정은 주체할 수 없네요. 다문화가정을 다루는 관점도 무척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이었고 무엇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시절, 설레던 열정을 생각나게 했어요. 잊다 못해 잃어버린 초심,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폭풍 눈물을 쏟았어요. 세상살이에 지친 3040 세대들이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해요.”(43·경기도 파주)
“오른쪽에서는 친구가 울고 왼쪽에서는 엄마가 울고, 너무 슬프고 감동적인데 눈물 꾹 참느라 혼났어요. 제 또래 애들 같은데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대단한 것 같아요. ‘런닝맨’ 기린, 이광수 아저씨가 나와서 좋았고요.”(11·서울 면목동)
“어린이들의 뮤지컬 오디션 영화라서 아이에게 보여 주려고 왔는데, 제가 더 감동 받았어요. 영화 ‘완득이’가 포문을 열었다면 ‘마이 리틀 히어로’는 더 본격적으로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의 일부임을 일깨워 주는 것 같아요. 영화를 이끌어가는 김래원 씨의 힘, 또 자연스러운 허세 작렬 연기가 웃음과 재미를 줘서 좋았어요. 기대 이상의 오디션 무대도 흥미진진했고요. 기자세요? 기자들이 이런 좋은 영화, 홍보 많이 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웃음)”(41·서울 면목동)
“한국 사람은 얼굴이 하얘야 한다는 생각을 깨는 영화 같아요. 영광이(지대한)에게는 두 사람의 코치(유일한, 민준상)가 있는데 유일한 감독이 진짜 코치인 것 같아요, 영광이를 위해 자기의 성공은 포기하잖아요(울먹). 대박 날 영화인데, 요새 애니메이션이 많이 개봉해 있어서 그런지 영화관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속상해요.”(11·경기도 구리)
지난 7일 서울 종로 뒷길의 카페에서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의 주연 김래원을 만났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연기가 아니라, 작품 전체의 흐름과 톤을 생각하며 펼쳐 낸 연기에서 한층 성숙해진 배우 김래원을 보았다”고 말을 건네자 “정말이냐?”며 놀라움과 반가움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김래원은 이어 “주위에서 ‘아이만 돋보이는 영화에 왜 출연했느냐’며 아쉬움과 걱정을 전하는 분들이 많아서 ‘내가 연기를 그것밖에 못했나?’ 의기소침한 요즘”이었다며 자신의 연기 의도를 읽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감사의 표현이 꽤나 큰 것에서 고민의 크기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글쎄, 결코 영광이만 보이지 않았다. 또 어떤 면에서 영광이는 유일한이 성공을 좇느라 잃어버린 초심, 아무리 고생을 해도 즐겁고 아무리 힘들어도 유일한을 행복하게 했던 꿈과 목표를 하나의 캐릭터로 형상화해 낸 인물 아닌가. 유일한이 영광이의 어려운 상황을 봐서 참된 스승으로 거듭난 게 아니라, 청소부 일을 하며 주경야독해도 ‘하고 싶은 일’을 향해 가는 과정이기에 기쁘게 감내하던 미국 시절의 자신을 보았기 때문에 마음에 변화가 왔다고 생각한다. 저만 해도 영화 보는 내내, 일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감사했던 사회 초년병 시절이 떠올랐고, 그 놓쳐버린 초심을 나는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찾는다면 유일한처럼 지금 가진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심했다”고 다소 긴 소회를 전했지만 김래원의 표정은 반신반의였다.
“지금 말씀하신 게 김성훈 감독의 생각이었고, 저 또한 바라는 바지만 그 생각과 바람이 관객 분들께 고스란히 가 닿았는지를 모르겠어요. 유일한이 보여야 그런 부분들이 전달될 텐데 말이죠. 많은 분들이 다문화가정에 대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는 점에 공감해 주시고, 또 공들여 연출한 뮤지컬 오디션 무대를 좋게 봐 주시는 것 너무 감사해요. 그런데 저도 인간인지라, 누구보다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연기한다고 자신하기에 제가 유일한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마음, 영화가 유일한을 통해 말하는 메시지도 잘 전달되기를 바라요. 그런 부분들을 읽어 주시는 분이 계시니 감사하네요.”
좀처럼 밝아지지 않는 김래원의 표정을 보며 “저처럼 본 관객 분들, 많을 거예요”라고 말하자 “진짜 그럴까요? 그러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라고 답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맞는지, 오판인지 확인하고자 지난 주말 경기도와 서울 지역의 극장에서 ‘마이 리틀 히어로’를 본 관객들에게 관람 평을 청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옆자리의 형이 슬쩍 슬쩍 눈물을 훔치다 끝내 안경을 들어올리고 연신 소맷부리로 눈물을 닦는 모습을 봤다”는 얘기부터 “정말 오랜만에 흠뻑 울었다. 영광이와 성준이(황용연)를 보며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내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됐고, 유일한을 보면서는 마치 살아보겠다고 버둥대는 나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웠다”는 의견, “이렇게 큰 영화인 줄 몰랐다, 오디션 장면들을 보니 제작비가 꽤나 들어간 것 같다”는 평가까지 다양했다.
예리한 기자들의 눈에 걸린, 영화를 일로 보는 기자들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한 매끄럽지 못한 스토리 전개와 영화를 구성하는 장면과 요소들의 강약조절 미흡은 관객들에게 크게 문제되지 않아 보였다. 배우의 연기와 작품의 장면이 분석해야 할 대상이 아닌,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과 자신의 삶 안으로 영화를 끌어들여 보는 관람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가 아닐까. ‘마이 리틀 히어로’가 지닌 영화적 구멍들을 공감과 감동이 메우고 있었다.
김래원은 인터뷰 말미 “저희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는 가족 분들이 함께 보시면 좋을 영화입니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관람의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다문화가정에 대한 조명, 완성도 있는 뮤지컬 무대와 더불어 영광이가 유일한의 ‘또 다른 나’라는 관점에서도 영화를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바람입니다”라고 희망했다. 김래원의 진심은 스크린을 타고, 유일한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