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지난해 타임슬립 소재의 사극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리메이크 사극이 모습을 드러내거나 준비 중이다. 장희빈과 허준,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굵직한 사극이 안방 공략에 나선다.
9번째 장희빈은 ‘엄친딸’ 김태희의 몫으로 브라운관에 돌아온다. 오는 4월 방영되는 드라마 ‘장옥정’은 기존의 악녀로 그려졌던 장희빈과 달리, 조선시대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을 펼쳤다는 새로운 해석을 그리는 작품.
특히 숙종(유아인)을 사랑하기 위해 왕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장옥정(김태희)의 삶과 절절한 멜로 라인이 한층 부각시키는 등 정통 멜로로 접근해 러브 라인을 살린다는 점에서 기존의 장희빈 드라마는 궤도를 달리한다.
‘조선 판 팜므파탈’로 불리는 장희빈(1659~1701)은 역대 사극 주인공으로 가장 많이 출연한 인물 중 하나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캐릭터의 변화도 생기고 역사적 인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있었지만 이번 ‘장옥정’은 특히 악녀의 면모를 벗어나 사랑을 지키려는 한 여인의 모습을 부각시킬 예정이다.
역대 장희빈은 김태희를 포함해 총 9명이다. 김지미(1961), 남정임(1968) 등 당대 최고 스타였던 배우들이 열연했고 이후 윤여정(1971), 이미숙(1982), 전인화(1988), 정선경(1995), 등이 장희빈을 연기한 뒤 톱스타로 발돋움했으며 김혜수(2003), 이소연(2010) 등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치며 이미지를 구축했다.
초반의 장희빈 이미지는 사악함과 요염함 그 자체였다. 날카로운 눈매와 차디찬 목소리 등 오락 사극의 정공법적 연출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미숙은 장희빈 역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르며 그해 연기대상까지 꿰찼고, 전인화는 기존의 선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악역을 맡으며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김태희가 그려낼 장희빈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인 다양한 해석과 최근 불고 있는 ‘팩션 사극’ 열풍에 의해 전혀 새로운 캐릭터가 그려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엄친딸’의 반듯한 이미지, ‘여신’으로 칭송받던 기존의 스타성을 바탕으로 김태희가 사극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선 중기의 의학자 허준을 작품화한 사례도 그간 여러 차례 있었다. 1975년 이은성 극본의 일일드라마 ‘집념’(143부작)를 시작으로, 이듬해 이순재 주연의 ‘집념’이 영화화됐고, 이후 1991년 ‘동의보감’(14부작), 1999년 ‘허준’(64부작)로 방영된 바 있다.
특히 1999년 전광렬 주연의 ‘허준’은 최고시청률 64%를 기록했고 일본과 중국, 대만, 홍콩,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14개국 이상 수출되며 한류를 견인했다. 오는 18일 첫 방송되는 MBC ‘구암 허준’은 1999년작으로 일일드라마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최완규 작가가 다시 집필을 맡는다.
배우 김주혁은 앞서 전광렬이 연기했던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 역을 맡아, 드라마틱한 인생과 동양의학의 세계를 그려낸다. 김주혁과 허준은 인연이 깊다. 김주혁의 아버지이자 배우인 故 김무생이 지난 1975년 일일드라마 ‘집념’에서 주인공 허준을 맡은 바 있다. 김주혁은 38년 만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허준 역을 맡게 된 셈이다.
2013년 재탄생하는 ‘구암 허준’은 현대인들의 젊은 감성에 맞게 보다 밝고 역동적이며, 빠른 전개, 강렬하고도 화려한 화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묵직한 주제의식에 시대정신을 더한 새롭고 참신한 전개를 가미한다.
이순신도 픽션으로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추적자’로 주목받은 박경수 작가는 차기작으로 ‘이순신 외전’을 선보인다. SBS는 오는 10월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이었지만 내년 방송으로 미뤄졌다.
드라마 ‘이순신 외전’은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지 않고 전 세계의 바다를 지배할 수국(水國)을 세우려 했다는 이야기를 담은 팩션(Faction)으로, 허초희라는 여성을 만난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 맞서 해상왕국을 세워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기존의 역사적 고등을 바탕으로 했던 이순신과는 또 다른 픽션 사극으로 태어날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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