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가수 조영남(68)의 데뷔 45주년 공연 ‘불후의 명곡’이 3일 밤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습니다. 전석 매진의 ‘열기’를 기록했죠.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웅장한 무대였고, 음악 친구인 가수 이장희가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그는 이날 ‘도시여 안녕’ ‘제비’ ‘사랑 없이 난 못살아요’ ‘내 고향 충청도’ 등을 불렀습니다. 음반을 가장 많이 팔았다는 ‘불꺼진 창’을 부를 때 중·장년층 관객은 노래 속에 담긴 세월의 회한을 반추하는 듯 눈을 감기도 했습니다.
6·25 전쟁 때 피난 나와 제 2의 고향으로 살게 된 충남 예산 삽교마을 풍경을 뮤지컬식으로 노래했는데 관객과 가수가 하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모두의 가난한 시절 고향풍경이기 때문이죠.
조영남은 감리교 교회당에서 처음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군요.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이었던 삽교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두 손 배꼽에 모으고 노래를 했답니다. 그 때는 자신이 그 동네에서 노래를 제일 잘하는 줄 몰랐답니다. ‘내 고향 충청도’ 노래 가사 중 ‘내 아내와 내 아들과 셋이서 가고 싶은 곳…’ 부분이 나오는데 순탄치 않았던 가정사로 가사를 바꿔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다 아시지 않느냐?”고 말할 땐 폭소가 터졌습니다. 밉지 않은 분이죠.
그는 보헤미안적 삶을 사는 자유인이지만 그의 삶 바탕에는 크리스천으로서 세상을 바라보고 두려워하는 자세가 있습니다. “내 어릴적 어머니는 예배당 가고, 아버지는 아침부터 술집 갔었지”라는 고백적 즉석곡 등으로 그 단면을 보여줬습니다. 합창단과 함께 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등 찬송가곡이 감동 넘치게 했고요.
관람석 맨 앞줄에 스님 한분이 계셨는데 연신 “종교 편향해 미안하다”며 불교 노래라며 ‘송학사’를 부르기도 하더군요.
그는 이날 “저는 이 공연을 마지작으로 은퇴합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모두가 깜짝 놀랐죠. 나이가 든 점도 강조하다 보니 정말인가 보다 싶었지요. 한데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검은테 안경을 그 자리에서 은테 안경으로 바꾸더군요. ‘은테’한다는 거죠. 아무튼 ‘천천히 웃기는’ 사람입니다.
그의 마지막곡은 ‘딜라일라’였습니다. 안경을 벗어 보이며 “이런 (못생긴) 얼굴로 가수 하게 만든 곡”이라며 연미복을 벗고 열창을 했습니다. 열화와 같은 앵콜 요청에 ‘어메이징아리랑’이란 편곡도 들려줬습니다. 관객은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죠. 미운 짓을 해도 밉지 않은 가수가 조영남입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영원한 현역이죠. 참, 4일 공연도 있습니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