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하게 자란 국민 불신 벽 못 넘었다. 결코 부패수사 중단으로 이어져선 안된다”
2013년 4월 23일, 오늘은 검찰의 역사에서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입니다.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단 하루도 불이 꺼지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사정의 중추이자 부패척결의 상징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오늘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옵니다.
그 동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공직기강을 다잡고 경제정의를 바로세우며 거악과 대결해 왔습니다. 권력자와 재벌 범죄 수사를 통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고, 저축은행비리 수사로 대표되는 민생사건 수사를 통해 많은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중앙수사부가 있었기에 부패의 서식처가 사라져갔고, 중앙수사부와 함께 헌신한 검사들이 있었기에 권력을 가진 범죄자들이 잠들기 어려웠습니다.
중앙수사부의 발자취에는 실체적 진실과 정의를 위해 헌신한 많은 검찰인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고, 이 곳을 거쳐간 많은 검사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벌여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드높은 자부심의 반대편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자라고 있었음을 우리는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그 불신을 넘지 못해 중앙수사부는 오늘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국민의 칼’이 되었어야 할 중앙수사부가 국민의 불신을 받아 더 이상 막중한 사정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뒤늦은 자각이 이 자리에 선 우리를 더없이 아프게 합니다.
이제 저희는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저희 스스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현판을 내립니다.
그러나 중앙수사부의 폐지가 결코 부정부패 수사의 중단이나 포기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중앙수사부가 축적해 온 수사역량과 노하우는 검찰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산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국민들께 다음과 같은 다짐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부터 검찰의 특별수사체계를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곧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부정부패 대응역량을 확충하며, 국민의 인권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특별수사체제를 새로 건설하겠습니다. 검사와 수사관 개개인의 자의적인 수사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권한남용을 철저하게 차단하겠습니다.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하여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사소한 인권침해도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검찰청에 특별수사 지휘?지원부서를 설치하겠습니다.
이 부서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어떠한 의구심도 생기지 않도록 일선청의 특별수사를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수사과정의 인권침해를 방지하며, 과학적인 증거수집 지원을 통해 검찰 특별수사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임무도 맡을 것입니다.
비록 오늘 중앙수사부의 현판을 내리지만, 부패를 단죄하기 위한
검찰의 싸움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며, 정의를 향한 검찰인의 열정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 동안 중앙수사부에 보내주셨던 성원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고 저희들이 가는 길을 바르게 인도해 주십시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검찰”,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4월 23일
검찰 특별수사체계 개편추진T/F 팀장 이 동 열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