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말 어긴 박인비 시즌 3승 올린 비결

엄마 말 어긴 박인비 시즌 3승 올린 비결

기사승인 2013-04-29 19:46:01


[쿠키 스포츠] 3라운드를 마치고 박인비(25)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어머니(박성자)였다.

“18번홀(파5)에 해저드가 있으니 내일은 절대 2온 욕심내지 말고 아이언으로 끊어서 공략하라”는 작전지시(?)였다. 이날 해저드에 빠질 뻔한 샷을 보면서 마음을 졸였던 것이다. 하지만 박인비는 우승이 걸린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어머니의 조언을 어기고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했고, 어프로치샷을 홀컵 1.5m에 붙여 챔피언 버디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2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 골프장(파71·6410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노스텍사스 슛아웃 대회 마지막 4라운드. 1타차 선두로 18번홀 그린에 올라선 박인비는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의 마지막 반격에 부닥쳤다. 연장전에 가기 위해 무조건 1타 이상을 줄여야 했던 시간다는 3m 버디 퍼트로 동타를 만들며 박인비를 압박했다. 하지만 1.5m가량의 버디 퍼트를 남겨놓은 박인비는 흔들리지 않고 홀인시켜 1타차 우승을 완성했다.

박인비는 “어머님께는 죄송하지만 오늘은 샷 컨트롤이 잘 되는 날이었기에 내 샷을 믿고 과감히 공략한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타차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해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 신설된 이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오른 박인비는 LPGA 통산 6번째 우승과 함께 상금 19만5000달러(2억2000만원)를 받았다. 이번 시즌 8개 대회에서 첫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 3승을 쌓은 박인비는 세계랭킹과 시즌 상금,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모두 1위를 달리며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박인비의 스윙은 교범과는 다소 거리가 먼 느릿한 8자 스윙이다. 지난해에 비해 드라이버 비거리는 4야드가량 줄었지만 그린 적중률은 지난해 68.9%에서 73.8%로 높아졌다. 하지만 그의 최대 강점은 컴퓨터 퍼팅에 있다. 지난해 LPGA 투어 라운드별 퍼트(28.34개)와 그린 적중 시 평균퍼트(1.720개) 모두 1위였다.

박인비는 방향성이 좋은 역그립을 잡고 모든 것을 감각에 의존해 퍼팅을 한다. 절대 홀을 쳐다보지 않고 볼과 홀 사이 가상의 한 지점을 노리고 퍼팅한다. 퍼터를 자주 바꾸는 편이었지만 지난해 7월부터 오디세이 세이버투스 퍼터 한 개만 쓰고 있다. 송곳니처럼 생긴, 선수들이 잘 쓰지 않는 방향성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최고의 기량에도 메인스폰서가 없는 것에 대해 ‘외모 지상주의’라는 비판까지 나왔지만 박인비는 경기 후 “걱정해주시는 만큼 제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메인스폰서에 대해)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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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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