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년 치러진 충남교육청 초·중등 교육전문직(장학사·교육연구사) 선발 시험은 ‘비리 백화점’이었다. 부정 수법도 다양하고 치밀했다. 한마디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이 사건을 9개월 넘게 수사해온 충남경찰청은 6일 김종성 도교육감과 교육청 소속 장학사 등 6명을 구속하고 응시한 교사 등 39명을 불구속 입건, 1명을 수사 중이라고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조대현 충남경찰청 수사2계장은 “김 교육감이 측근인 장학사에게 선거자금을 마련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를 내렸다”며 “김 교육감의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조직적으로 시험비리가 저질러졌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은 “경찰로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관련자들에 대해 공정하고 엄격하게 신분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중등 장학사 선발 비리와 별도로 지난해 초등 장학사 선발 시험에서도 교육청 장학관이 문제를 유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충남교육청 인사담당 장학관 안모(58)씨는 논술과 면접 출제위원을 섭외해 문제를 넘겨받는 수법으로 응시 교사 4명에게 문제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채점위원들이 합격점을 줄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답안을 제출한 응시교사에 대해서도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교사 이모(44)씨가 작성한 논술 답안지는 문제지보다는 분량이 작았다.<사진>
이씨는 장학사 시험을 앞두고 충남교육청 초등 인사 담당 장학관인 안모(58)씨로부터 시험 문제를 제공받은 뒤 답안지를 작성했다. 이씨의 답안지를 보면 보는 이로 하여금 이런 답안지로 어떻게 합격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행정 및 실무 분야의 논술 문제로 “충남교육 정책 ‘의사 결정 모형’을 설명하고 ‘충남 학력 NEW 프로젝트 2.0’ 정책 보고서를 작성하시오”라는 문제였다.
이씨는 답안지 뒷면에 간략하게 정책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정책명과 정책기관, 정책목표, 주요 정책 내용, 주요 정책 설문조사 결과, 향후 전망 등 6가지 항목에 대해 주요 골자만 간략하게 기재했다. 이씨의 이런 답안지는 높은 점수로 평가됐고 장학사 시험에 합격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