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도와주세요. 아만다 베리예요. 저는 납치됐어요. 10년 동안이나 없어졌었는데 지금은 자유를 찾았어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경찰에 다소 경황없는 전화가 걸려왔다. 어느 모로 보나 납치 피해자가 다급하게 건 911전화였다. 이 전화 한 통으로 10년 동안 실종됐던 여성 세 명이 돌아왔다. 실종 당시 10∼20대 초반이었던 이들은 모두 목숨을 잃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건강 상태도 매우 양호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세 여성은 클리블랜드에서 2000년대 초반 사라진 아만다 베리(26), 미셸 나이트(32), 지나 드지저스(23)다. 실종 당시 이들은 끈질긴 수사에도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세 여성이 납치 사건 피해자일 것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세 여성은 사라진 시기와 장소가 모두 비슷했다. 나이트는 21세이던 2002년 8월 사촌 집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실종됐다. 베리는 2003년 4월 17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곧 가겠다는 말을 한 뒤 실종됐다. 1년 뒤인 2004년에는 14세이던 드지저스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사라졌다. 이들은 실종 장소 인근의 한 주택에 함께 감금돼 10여년을 보냈다.
그동안 가족들도 고통스런 삶을 살았다. 베리의 어머니는 딸을 찾다가 건강이 악화돼 2006년 숨졌다. 한 교도소 재소자는 “주차장에 베리의 시체가 있다”는 거짓 증언을 했다가 4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드지저스가 실종됐을 땐 남성 두 명이 유력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베리가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던 것은 이웃 주민 찰스 램지씨의 도움 덕이었다. 램지는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해 낑낑대는 베리를 발견했고, 베리는 램지를 보고 울면서 “제발 도와 달라”고 소리쳤다. 탈출에 성공한 베리는 램지의 집에서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베리 등이 감금돼 있던 집 주인인 아리엘 카스트로(52)와 50세, 54세인 그의 형제 두 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세 여성이 10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허핑턴포스트 등 여러 언론들은 베리가 6년 전 딸을 낳았고 아이가 세 여성과 함께 발견됐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들이 사슬에 묶인 채 지하실에 감금돼 있었으며, 경찰이 지하실에서 천장에 매달린 사슬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집 안에는 베리의 딸 말고도 다른 아이들이 더 있었다고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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