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피크, 왜 비싼가 했더니….

스노우피크, 왜 비싼가 했더니….

기사승인 2013-07-03 07:29:00


고가 정책과 마진에 마진 남기는 유통 구조가 원인

[쿠키 생활] 캠핑 동호인들의 온라인 모임 ‘캠핑퍼스트’에 ‘목동개미’라는 닉네임을 쓰는 회원이 스노우피크의 텐트 가격 거품이 심하다는 요지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글쓴이는 전반적인 업계 상황에 대해 잘 아는데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어 관련 종사자로 추정된다.


그의 글의 요지는 국내 캠핑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빅3 브랜드, 코베아 콜맨 스노우피크가 한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유독 스노우피크만 고가 정책으로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빅3 브랜드가 텐트를 공급받는 곳은 30년이 넘게 텐트를 전문으로 제조해온 라이브 플렉스(구 경조산업)다.

목동개미는 글을 통해 ‘구조와 디자인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거실형 텐트의 경우 천과 폴의 소재에 따라 원가가 결정된다’며 ‘고기능성을 앞세운 빅3 브랜드 제품들은 스펙이 비슷해 원가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스노우피크만 훨씬 비싸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베아의 ‘퀀텀 골드’는 스노우피크의 ‘랜드록’보다 크기만 조금 작을 뿐 테플론 방수가공, PU코팅을 적용한 150D 폴리에스테르 옥스퍼드 원단과 알루미늄 폴을 사용해 스펙이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퀀텀 골드는 136만3000원, 랜드록은 230만원으로 100만원 가까이 가격이 차이난다.



목동개미는 원인으로 스노우피크의 유통구조와 마진율을 거론했다. 보통 텐트는 제조사 20% 마진과 판매점이 30~40% 마진을 남기는데, 판매가 230만원의 스노우피크 랜드록의 경우 판매점 마진이 69만원으로, 판매점은 제조사로부터 161만원에 공급받는다는 것.

이를 근거로 목동개미는 라이브 플렉스가 일본 스노우피크에 납품하는 가격은 70만원 미만으로, 일본 스노우피크는 이 원가에 100% 마진을 붙여 140만원에 스노우피크 코리아에 공급하고, 스노우피크 코리아는 여기에 또 다시 15% 마진을 붙여 대리점에 최종적으로 161만원에 공급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목동개미는 ‘텐트는 비바람에 견뎌야 하는 폴의 구조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제조사)에서 100% 디자인한다’며 ‘가격에 디자인 개발비가 포함돼 있다는 브랜드 업체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브랜드 업체는 제품을 주문하는 것을 빌미로 제조사가 개발한 디자인에 대한 지적재산권까지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텐트공정은 제조업체가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생산자 개발방식(ODM)’에 가깝다. 힘의 역학을 고려한 폴 설계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완성하기에 오랜 세월 제품을 생산해 온 제조업체가 노하우를 갖고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텐트 관련 업체 담당자는 “제조업체가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100% 다 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보통 제조업체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해 브랜드 업체에 제시한다”며 “브랜드 업체의 디테일한 요구사항을 반영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제품이 출시된다”고 설명했다.

목동개미의 이러한 주장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회원들의 댓글이 주를 이룬 가운데 한 회원은 “캠퍼들의 과시욕과 허세가 캠핑장비 가격을 점점 올리고 있다”며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아도 잘 팔리니 고가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작금의 세태를 비판했다.

스노우피크 코리아 관계자는 “동호회 회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작성한 글에 답변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하중이 100㎏인 스노우피크의 하이텐션코트는 70만원인데 반해 카피품이긴 하지만 더 좋은 소재를 사용해 내하중이 220㎏인 제품이 국내 공동구매 카페에서 15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다”며 “개발연구비가 들었다고 하더라도 원가가 약 8만원으로 추정되는 야전침대 가격을 8배나 높이 책정한 것은 고가 정책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 난 기자 na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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