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코베아같은 업계 1위 브랜드마저 홈쇼핑에서 저렴한 기획 상품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고 온라인숍과 소셜커머스 등 판매 채널이 다양화된 것도 중소 캠핑 매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래저래 동네 상권에 해당하는 중소 캠핑 매장들이 이중 삼중으로 치이는 모양새다.
◇중소 캠핑 매장 잔혹사… 캠핑 빅3 ‘거래정지’ 무기로 판매점 좌지우지
이에 더해 스노우피크·콜맨·코베아가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이들 판매점에 갑(甲)의 횡포를 부려 중소 캠핑 매장들을 더 힘들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같은 상권에 판매점을 여럿 늘리거나 매장 내 브랜드 존 요구와 인테리어 비용 떠넘기기, 본사에서 지정한 품목으로 일정 금액 매입, 제품 밀어내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강제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 캠핑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초창기 우리 매장 근처에는 판매점을 내지 않는다고 합의하고 연 단위로 계약을 했는데 장사가 잘 되니 우리 지역에 매장을 몰래 하나 더 내 줬다”며 “본사에 이를 항의하니 규정을 내세우며 트집을 잡다가 거래 정지를 해버리고 결국 우리 지역에 매장 여러 개를 내줘 손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역 상권을 지켜주기로 해놓고 시장이 커지니까 판매점을 마구 늘리는 것은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며 “스노우피크·콜맨·코베아 모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숍인숍 개념의 브랜드 존도 판매점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콜맨은 올해부터 프리미엄 제품인 웨더마스터 시리즈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마스터 샵’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판매점 중에서 지역별로 매장을 선정해 별도의 인테리어를 한 브랜드 존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일면 해당 지역에 독점 판매를 약속하고 특혜를 준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매장 내 ‘마스터 샵’을 운영하는 B씨는 “판매 권리를 주고 상권을 보호해주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인테리어 비용을 지불하고 별도의 브랜드 존을 마련했는데 몇 달 만에 불과 1㎞ 거리도 안 되는 곳에 마스터 샵이 하나 더 생겨 피해가 막심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인테리어 비용의 30%를 매장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본사가 지정한 시공 업체에 무조건 맡겨야 하니 실제로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모른 채 견적대로 내야 했다”고 전했다.
또 ‘마스터 샵’이라 하더라도 판매점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팔 수 없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온라인 판매는 오직 콜맨 본사 쇼핑몰에서만 가능하도록 막아놨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판매점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도 자체 온라인 쇼핑몰에 ‘본사 방침에 의해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없으니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매장에 전화문의를 하라’고 공지를 띄어놓는 게 전부다. 이에 관해 콜맨코리아측은 “내부 방침이다”는 답변만 했을 뿐 방침의 그 어떤 근거나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코베아의 블랙 시리즈 텐트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도 본사 온라인 쇼핑몰을 제외하고 온라인상 거래가 금지돼 있다. 코베아 측은 “블랙 시리즈들은 프리미엄급 라인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다보면 가격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에 막고 있다”고 해명했다.
스노우피크코리아의 경우는 판매점 내에 스노우피크 브랜드 존인 ‘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다른 브랜드의 제품들 사이에서 독립된 브랜드 공간을 만들어 자사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전략이다. 콜맨과 다르게 스노우피크코리아는 인테리어 비용을 본사에서 전액 부담하는 데도 판매점의 반응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올해 초 스노우피크 인스토어 상담을 했던 C씨는 “최소 30평(99㎡) 규모에 본사에서 제시하는 디스플레이 조건을 갖춰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다”며 “수많은 브랜드를 취급하는 캠핑 매장에서 하나의 브랜드에 그 정도의 공간을 할애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문제는 인스토어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매년 본사가 정해준 품목으로 1억원어치 제품을 현금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본사가 물품을 정해주다 보니 비인기 품목에 대한 재고 부담을 판매점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할인 행사 생색은 본사가, 부담은 판매점이 떠안아
빅3 브랜드들이 진행하는 할인 이벤트 역시 판매점을 쥐어짜서 진행하는 구조다. 가격 인하 혹은 사은품 지급 등의 이벤트는 본사가 일방적으로 정해 판매점에 통보만 한다.
캠핑 매장을 운영하는 D씨는 “코베아에서 지난달 사전 협의도 없이 ‘에버캠프 블랙’과 ‘퀀텀 골드’를 구입하면 20만원 상당의 전용 3레이어 매트를 증정하겠다고 발표를 해 코베아에 절반이라도 부담하라고 사정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재고가 많은 곳일수록 손해가 막심한데 이벤트로 고객들이 찾으니 다시 물건을 주문해야 되고 또 재고가 쌓이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코베아측은 “이벤트를 하면서 매트리스 값을 뺀 텐트 가격으로 판매점에 텐트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판매점이 매입한 재고에 대해서는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할 뿐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스노우피크코리아 역시 최근 환율 하락폭을 감안해 25개 제품에 한해 가격을 인하했다. 하지만 판매점이 그전에 매입한 제품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상이나 조치 없이 무조건 가격 인하에 따르도록 지시했다. 게다가 이를 공지하기 사흘 전에 판매점들에게 메일을 돌려 해당 제품이 입고됐다며 제품을 주문하도록 권유해 비난을 받고 있다.
D씨는 그 메일에 따라 제품을 주문했고 며칠 후 본사의 가격 인하 지침과 인하 이전 가격으로 주문한 제품 물량을 함께 받았다. D씨는 “스노우피크 코리아에 손해 본 전체를 보상하라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17%까지 할인하면 우리는 남는 것도 없이 팔아야 한다고 판매점 입장에서 어필을 했지만 벽에다 대고 이야기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D씨는 이어 “이게 갑질이 아니면 뭐냐”며 “스노우피크나 코베아가 강압적으로 안 할 수 없게 만드는 데다 앞으로 장사를 계속 해야 되니 손해를 보더라도 따라야 한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는 판매점이 갑이어야 하는데 스노우피, 콜맨, 코베아 3사가 캠핑 시장을 꽉 잡고 있다보니 판매점들이 찍소리를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뭐라고 하면 물건 안 준다고 할까봐 잠자코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 판매점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건 밀어내기고, 가장 불만스러운 건 제품 분배 문제다. A씨는 “세 브랜드 모두 봄부터 수시로 제품을 밀어내기를 한다”며 “안 팔리면 반품 받아주겠다고 말은 하지만 밀어내는 물량을 안 받거나 반품하면 여름 성수기에 인기 물품 받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또 “인기물량은 무조건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직영점이나 거래량이 많고 선입금하는 판매점에 먼저 들어가기 때문에 연초 수주회가 의미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규모가 작은 판매점은 인기 품목이 자꾸 품절되니 손님이 떨어지고 점점 장사하기 힘들게 된다”며 “물건을 소비자에게 파는 것보다 본사에서 받는 게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기가 좋을 거라고 생각에 메이저급 캠핑 업체들이 물건을 많이 주문해 재고가 많은 편이다”며 “만약 올 가을 캠핑 시장이 나빠져 업체들이 재고 떨이로 할인 이벤트를 한다면 중소 캠핑 매장들이 올 가을이 지나기도 전에 줄줄이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 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