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김철민(가명)씨는 주말에 캠핑을 떠나기 위해 장비를 챙기다 스테인리스 코펠에 녹이 슬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평소 스테인리스는 녹이 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씨는 오래 동안 쓸 것을 고려해 유명 브랜드의 값비싼 제품을 구입했고 사용한 지도 몇 년 되지도 않았다. 집에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냄비들은 더 오래 됐지만 멀쩡한데 유독 코펠에만 녹이 발생한 점 때문에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흔히들 스테인리스는 녹이 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스테인리스는 철의 최대 결점인 부식성을 개선한 내식용 강(鋼)을 총칭하는 말이다. 철에 크로뮴을 첨가해 산화막을 표면에 만들어 내부를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전혀 녹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통 철강에 비해 그다지 녹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제품은 크게 철에 크롬이 첨가된 페라이트 스테인리스강과 철에 크로뮴과 니켈이 첨가된 오스테나이트 스테인리스강으로 나뉜다. 전자는 크롬이 13% 정도 포함된 430계열로, 후자는 304계열로 흔히 부른다. 304계열은 크로뮴 18%에 니켈을 8% 더 첨가해 ‘18-8’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니켈이 함유돼 내식성을 더 강화한 제품이다. 때문에 보통 주방 용품, 특히 인체에 직접 닿는 수저나 물병, 식기 등의 겨우 부식에 가장 잘 견디는 304계열을 사용한다.
캠핑은 야외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스테인리스 식기들이 습기와 염분 등에 노출되기 쉽다. 때문에 내식성이 더 강한 304계열의 소재를 사용한 제품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캠핑 브랜드들은 스테인리스 소재라고만 표기할 뿐 합금 함유량이나 어떤 소재로 사용됐는지는 밝히고 있지 않다. 그저 상품 설명에 ‘인체에 무해하다, 야외활동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표면에 얇은 층의 산화피막을 형성해 산소를 차단해 녹이 잘 슬지 않는다’ 등의 내용으로만 언급하고 있다.
구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6~7인용 스테인리스 코펠이 브랜드 제품의 경우 15만~2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일부 비메이커 제품들은 3만~5만원대의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어 304계열과 430계열 외에 쉽게 녹이 발생하고 품질이 낮은 200계열이나 중국에서 수입되는 유사 200계열 제품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브랜드의 제품이라고 해도 모두 304계열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코베아의 ‘통3중 쿡웨어’는 304와 430계열이 함께 사용됐으며 손잡이 부분에는 430계열보다 더 낮은 202계열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외에 코펠과 식기 등에는 스테인리스 소재라고만 표기하고 있다. 네파도 ‘스테인리스 쿡웨어 세트’만 스테인리스 304계열을 사용했다고 고지를 했을 뿐 그 외에 컵이나 스푼 등 기타 스테인리스 식기에는 그저 ‘스테인리스’라고 표기하고 있다. 콜맨 역시 마찬가지다. 스테인리스 코펠부터 수저까지 모두 재질에 ‘스테인리스’라는 설명뿐이다.
스테인리스 업계 관계자는 “인체에 직접 닿는 식기의 경우 304계열을 보통 사용하는데 칼 같은 경우는 항상 물에 젖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강도를 고려해 430계열을 사용하는 정도”라며 “304계열이 430계열과 비교해 가격이 약 20% 정도 더 비싸기 때문에 원가 절감 차원에서 430계열을 쓰거나 부분적으로 200계열을 섞어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이 문제를 고발한 캠퍼 ‘쭌’은 “캠핑용품 제조사들이 사람 입에 들어가는 요리를 다루는 도구들을 내식성이 강한 304계열을 쓰지 않고 책임감 없이 430계열을 사용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앞으로 제조사들은 스테인리스 종류에 대해 표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꼼꼼하게 검증할 수 있는 기관 검증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자석에 붙고 안 붙고에 따라 430계열과 304계열을 구분했는데 세아메탈 관계자는 “430계열은 강한 자성을 갖고 있지만 304계열 역시 가공하다보면 자성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자성 여부에 따라 이 둘을 구분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 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