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캠퍼] “유럽 트레일의 불친절함이 가장 인상에 남아요”

[아임캠퍼] “유럽 트레일의 불친절함이 가장 인상에 남아요”

기사승인 2013-10-14 09:34:01


한국인 최초로 스웨덴 백패킹 대회 ‘피엘라벤 클래식’ 참가한 ‘솔모루’ 조준희씨

[쿠키 생활] 매년 8월 스웨덴 북부에서 열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백패킹 대회 ‘피엘라벤 클래식’에 올해 처음으로 한국 백패커들이 참가했다. 일주일간 스웨덴 북부에 위치한 쿵스레덴 트레일 중 니카루록키타에서 아비스코 국립공원까지 110㎞ 거리를 야영을 하며 트레킹을 즐기는 행사다. 1년 전부터 행사를 주최하는 피엘라벤 스웨덴 홈페이지를 찾아 직접 등록을 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 일정을 짜고, 이웃 캠퍼들을 모아 16인의 한국 원정대를 꾸린 이가 캠퍼 조준희씨다.

“지난해 여름 김효선 작가의 ‘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라는 책을 보고 피엘라벤 대회를 알게 됐습니다. 홈페이지를 찾아서 대회 동영상을 봤더니 자연 풍광이 너무나 멋지더군요. 험난한 존 무어 트레일과 달리 가족이랑 함께 갈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나무가 많이 있는 모퉁이란 뜻의 ‘솔모루’를 닉네임으로 쓰는 조준희씨는 학창시절부터 등산을 즐겨했고 백두대간 종주도 했었지만 그의 가족은 오토캠핑 경험이 전부였다. 자기가 먹고 잘 장비를 짊어지고 하루에 20~30㎞씩 걸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가 걸렸다. 하지만 운동의 ‘운’자도 모르던 아내와 ‘산에 왜 가?’라는 반응을 보이는 딸아이를 설득하는 건 의외로 쉬웠다. 그 동영상을 보면 누구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당시에는 대회가 열리는 다음해 8월까지 1년간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아내가 운동을 하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수술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이웃 캠퍼들과 차근히 준비한 끝에 지난 8월 10일 32개국에서 온 2000여 명의 백패커와 함께 피엘라벤 클래식에 참석했고 총 7개의 체크 포인트를 거쳐 완주했다.



“장대한 북유럽의 자연을 느꼈죠. 하늘로 솟은 산들로 둘러싸인 너른 골짜기 사이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트레일과 옥빛 계곡물, 평화롭게 풀을 뜯는 순록, 무지개 등 눈이 호강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국내에서 백패킹 연습할 때 투덜대던 아이들조차 트레킹 하는 동안 불평 한 번 안 했어요. 둘째 날 제일 오래 걸었는데 딸애가 엄마에게 ‘나 트레킹이 좋아질 거 같다’고 하더군요.”

자연 풍경도 감탄스러웠지만 그는 유럽인들의 백패킹 문화를 보고 크게 놀랐다. 110㎞ 걸으면서 쓰레기를 3번 봤는데 그것도 일부러 버린 것이 아니라 어디서 빠진 듯한 사탕 껍질이었다. 자연 환경이 원체 훌륭하기도 하지만 그게 지켜질 수 있는 건 사람들의 의식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 사람들은 자연을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즐기는 방식조차 완전히 달랐어요. 백패킹에 앞서 준비를 철저히 하니 쓰레기가 생길 것도 없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도 주최 측에서 나눠준 쓰레기 주머니에 담았다가 도착 지점에서 분리수거를 해서 버리더군요. 15㎞ 마다 산장과 화장실이 있지만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중간 중간 볼일을 볼 때는 알아서 묻고 휴지는 태우도록 권하죠. 결국 내가 남길 수 있는 건 발자국 밖에 없는 겁니다.”



또 그는 역설적이게도 쿵스레덴 트레일의 불친절함이 인상 깊었다. 인공 시설물은 물론 이정표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나무 데크가 중간 중간 있긴 하지만 한 사람이 간신히 걸을 만큼 좁았고 방부 처리도 없이 썩으면 썩은 그대로 뒀고, 갈래길에서 길이 없어지는 곳은 바닥에 작은 돌을 깔아서 표식을 했다. 야영장이라고 해도 평평하게 바닥을 닦아 놓지도 않았다. 백패커들도 경사가 있으면 있는 대로 텐트를 치고 머물렀다.

“백패커가 사전에 길에 대한 정보를 익히고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길을 찾는 게 당연하니 이정표가 없는 겁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니까 우리나라 산과 국립공원이 이정표로 도배돼 있다 싶었어요.”



조준희씨는 백패킹 스타일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한국 팀은 고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를 위아래로 갖추고 카본 트레킹 스틱까지 갖췄지만 유럽 백패커들은 스웨터와 청바지 차림도 있었고 자연에서 주은 나무 지팡이를 스틱 삼아 걸었다.

“그들은 갖출 건 다 갖추면서 자기 스타일에 맞게 복장이나 장비를 꾸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짐을 최소화하는 경량 백패킹으로, 또 다른 사람은 배낭이 무겁더라도 충분히 편하게 즐기도록 장비를 많이 꾸렸더군요. 장비는 화려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면이 있는 우리와 달리 저마다 개성을 살린 다양한 스타일이 참 멋스러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 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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