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원격의료’의 진실…“삼성·SKT·KT 등 재벌기업 키워주는 정책”

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원격의료’의 진실…“삼성·SKT·KT 등 재벌기업 키워주는 정책”

기사승인 2013-11-20 12:07:00

의료정보 제3자 유출 가능성도 높아

[쿠키 건강] 최근 원격의료를 둘러싸고 각계의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일부 단체들은 원격의료 도입이 의료공공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20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방침에 대한 문제점을 정리한 ‘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원격의료 10문 10답’을 발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원격의료는 IT재벌과 대기업들의 의료공공성을 침해하는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 세계 어느나라도 안전하지 않은 원격의료를 대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민 개인이 지불해야 할 의료비 개인부담은 높아지는 반면, 치료 효과에 대한 안정성과 실효성이 담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원격의료’에 대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의 일문일답.

-원격의료를 하면 병원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니 편해지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기술이 정말 더 발달해서 원격으로 진료를 해도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병원에 덜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안전하지 않아 결국은 병원에 가야 합니다. 치료 안전성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어떤 나라도 지금 한국정부가 계획하는 것처럼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꼭 필요한 건강 정보가 이용 중에 삭제되거나 분실되면 그것도 낭패입니다. 소중하고 은밀한 개인 건강 정보가 원격진료 와중에 제3자에게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진료비가 더 싸질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큰 문제가 원격의료는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각 가정에서 원격의료 장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돈만 하더라도 최소 100~15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비용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습니다. 게다가 원격의료 진료비는 별도입니다. 이미 SKT, KT, 삼성전자 등 IT기업들은 대형병원과 손잡고 원격의료의 기반이 되는 유헬스 사업에 수백, 수천억원을 투자했고 투자할 예정입니다. 재벌들은 이 투자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고스란히 국민들 주머니에서 빼내갈 것입니다.”

-병원에 자주가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 도서·산간지역 주민들에게는 필요한 제도 아닌가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만성질환 환자들의 건강관리를 단순히 혈당수치와 혈압 등의 데이터 전송만으로 원격으로만 처방 하게 되면 약물조절에만 의존하게 됩니다. 이 전송되는 데이터를 믿을 수 있을지, 이를 근거로 처방내용을 바꿀 수 있을지도 문제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원격의료는 위험스러운 합병증을 놓치거나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환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으며 만성질환환자들의 약물의존도만 더욱 높일 것입니다.”

-정부는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건강(생활)관리서비스'라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건강(생활)관리서비스'는 만성질환자에게 필요한 상담, 교육, 식이 및 운동처방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관리해야 건강이 좋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는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서비스를 별도로 돈 받고 파는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입장입니다. 병원이 만성질환자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별도의 상품으로 만들어 돈 없으면 상담도 교육도 못 받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곧바로 건강관리에 필수적인 만성질환 상담 등도 돈 내고 사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삼성이나 LGU, SKT, KT 같은 재벌들은 왜 원격의료를 찬성하나요?

“정부가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이유가 IT재벌기업들이 의료사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도록 허용하는 것이니 이런 기업들이 두팔 벌려 환영하는 것이지요. 사실상 이 IT업체들이 원격의료 도입 추진세력이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원격의료를 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호황을 누렸던 핸드폰, 통신사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포화상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상품이 필요해진 재벌 IT 기업들이 이른바 '건강관리'를 새로운 상품으로 내놓고 있고, 이것이 바로 원격의료와 건강(생활)관리서비스입니다.”

-선진국인 미국도 한다는데요?

“미국에서는 원격의료를 일부 시행하고 있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병원이 들어서기 너무 어려운 지역, 즉 네바다주나 알래스카 등 사막이나 극지방 지역이나 전쟁으로 해외에 파병되어 있는 초소 근무 군인들에 한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원격의료는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진료비가 너무 비싸 일부 보험회사와 기업들이 의사진료 대신 상대적으로 싼 원격의료라도 받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국민총생산의 1/6을 의료비에 쓰면서도 보험증이 아예 없는 사람이 5000만 명이나 되는 나라입니다.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미국의 여러 사회 제도 중 가장 따라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의료제도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원격의료를 하고 있나요?

“유럽 국가 중에서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EU 대부분이 높은 공공병원 비중과 무상의료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더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무상의료제도의 보완적 성격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 돈을 벌기위한 대규모 원격의료가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또한 일본의 경우, 원격지 의사가 현지 의사의 진찰을 지원하는 것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고,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처방 등은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분야가 아니라 노인들을 위한 복지 지원 제도로 실시된 바 있으나 이마저도 시스템 구축 비용의 부담문제로 실제로 작동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고 되고 있습니다.”

-원격조제가 이뤄지면 약값부담은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

“미국에서는 원격조제도 일부 허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격조제가 허용되다보니 의약품 배송기업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약을 배달받으면 가격도 싸진다고 선전됐지만 지금 약값은 더 들고 의약품 사고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형기업들이 약을 직접 조제·배송 하다보니 약값이 더 싼 복제약(제네릭) 보다는 리베이트를 많이 받는 비싼 약을 위주로 조제하기도 합니다. 원격조제는 문서로만 복용방법이나 흡입제나 외용제 사용법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 약의 용법이나 용량 등에 오류가 생겨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 정부에서는 자꾸 원격의료를 하려고 하나요?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진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헬스와 원격의료’를 꼭 해야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헬스와 원격의료를 창조경제 라고 말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할지 몰라도, 국민 개개인에게는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고 민영화된 의료제도를 안겨주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진주의료원을 폐원시키는 것도 모자라, 의료호텔(메디텔) 허용, 영리병원허용 재추진, 원격의료 허용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려 합니다. 복지공약은 안 지키면서 대기업과 대형병원들 좋은 일만 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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