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암푸1 세계 초등 성공한 안치영·김영미씨
[쿠키 생활] ‘AOK 코리아 암푸1 원정대’(대장 안치영)가 지난달 9일 네팔 히말라야 마칼루-바룬 국립공원에 위치한 미등정봉 암푸1(6840m)을 초등했다. 암푸1봉은 세계 산악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험봉이지만 접근이 쉽지 않은 탓에 그동안 등반시도는 많지 않았다. 표고차만 1000m에 달하는 가파른 거벽에다 확보물 고정도 안 되는 불안한 지형이라 등반 난이도가 높다.
그러나 안치영(36·봔트클럽) 대장과 오영훈(35·서울대농생대산악회), 김영미(32·강릉대산악부OB) 대원으로 구성된 소규모 원정대는 알파인스타일로 이틀 만에 정상에 올랐다. 알파인스타일은 대원이 직접 장비와 식량을 짊어지고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한 번에 오르는 등반 방식을 말한다. 최근 한국 원정대들의 잇따른 사고와 등정 실패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험봉에서도 등반하기 어렵다는 남서벽을 따라 전 대원이 번갈아 선등을 서는, 주체적인 등반을 통해 정상에 올랐다는 데 의의가 크다.
안치영 대장은 “대원들이 각자 맡은 일을 알아서 해냈던 덕분에 원정을 성공할 수 있었다”며 “꼭 정상에 올라서 성공이라는 것이 아니다. 전 대원이 무사히 내려왔고, 협동이 잘 돼서 재미있는 원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결과는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 두 번의 큰 위기가 있었다. 한 번은 등반길이가 1300m에 달하는 터라 하룻밤을 벽상에서 보내야 했는데 텐트 칠 공간을 찾지 못해 5시간이나 헤맸다. 원정대는 애초의 등반루트로 남릉을 계획했는데 베이스캠프에서 루트 파인딩을 통해 남서벽이 최적의 등반로라 판단해 바꿨다. 거기에는 텐트를 칠만한 공간이 있어 보인다는 이유도 포함됐는데 막상 당도해보니 마땅한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김영미 대원은 “오후 4시부터 비바크 장소를 찾았는데 사방이 온통 가파른 벽과 칼날 능선뿐이었다”며 “그러다 5시간 만에 정말 기적처럼 위아래로 고드름이 열려있어 흡사 악어가 입을 쫙 벌린 듯한 작은 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안 대장 역시 “등정 성공 요인은 비바크 장소를 찾은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드름을 깎아가며 간신히 텐트를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없었으면 그냥 벽에 매달려 혹독한 찬바람과 밤이슬을 고스란히 맞을 판이었기 때문.
텐트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원정대는 다음날 서릉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서릉은 살 떨림의 연속이었다. 칼날과도 같은 능선은 눈이 얼어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무너질 듯 발이 푹푹 빠지는데다가 몸이 휘청할 만큼 강풍이 세차게 불었다. 김 대원은 “확보를 할 만한 곳이 없는데다 눈이 부서져서 정상에 올라갈 때도 발을 딛기가 무서웠는데 하산하면서 무너진 곳을 또 밟아야 해서 불안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위기는 하행 카라반에서였다. 왔던 길로 다시 가기도 아쉽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탐사할 목적으로 4개의 패스(언덕)를 넘어서 마칼루 베이스캠프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미 암푸1을 등정하느라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였지만 하루면 충분한 코스였는데 하필 폭설이 내렸다. 1.5m에 달하는 눈을 헤치느라 나흘이나 걸렸다.
삽은 하나 밖에 없었고 러셀이 너무 힘들어 도중에 장비와 짐을 버렸다. 눈이 지천이었지만 연료가 없어 눈을 못 녹여 물을 마실 수 없었고 예정보다 길어진 일정 탓에 식량도 바닥났다. 새벽 2시에 마칼루 베이스캠프에 겨우 도착했다는 안 대장은 “그래도 마지막 날 눈이 그치고 달빛 아래 보이는 마칼루 서벽이 참 아름다웠다”고 회상했다. “무사히 내려왔지만 사실상 조난상태였다”고 말한 김 대원도 안 대장의 말에 고개를 함께 끄떡였다.
“6000~7000m급으로 높지는 않아도 미답봉, 신루트를 알파인스타일로 등반하는 걸 좋아한다”는 안 대장은 “마음이 맞는 대원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등반을 성공한 이번 원정을 바탕으로 삼아 앞으로도 꾸준히 등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원 역시 “등반을 하면서 나 자신 깊은 곳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로 인해 내가 변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등반가는 등반을 하는 사람이죠. 제가 제일 잘 하고 좋아하는 걸 할 뿐입니다. 일반인들은 위험하다고 하죠. 물론 좀더 새롭고 험난한 곳을 찾기 때문에 위험해 보여도 계획을 세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도전을 하는 겁니다.” 안 대장과 김 대원은 오영훈 대원이 네팔에 있어 인터뷰에 함께 하지 못한걸 아쉬워하며 사진은 정상에서 함께 찍은 컷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암푸1 정상에 선 그들은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 난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