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200인분 바비큐 굽는 ‘산막타’ 안남근씨
[쿠키 생활] “산을 막 탄다고 ‘산막타’라는 닉네임을 지었습니다. 결혼 전부터 등산과 낚시를 비롯해 다양한 레저 활동을 했는데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는 하기 힘들더군요. 그러다 둘째가 돌이 지나고 나서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캠핑을 시작했지요.”
어린이날 선물로 캠핑을 시작한 게 5년 전. 캠핑과 함께 시작한 바비큐가 그의 직업이 됐다. 캠핑 요리라는 개념도 없던 2009년 캠핑 요리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주 메뉴는 그의 주특기인 바비큐. 안남근씨는 향신료가 강한 외국의 바비큐 스타일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한국형 바비큐로 만들었다. 많은 향신료를 넣기보다 마늘을 베이스로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주위에서 맛이 좋다는 평가가 나왔다. 와인과 푸드 관련,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했던 노하우가 도움이 됐다.
“수익보다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엔 캠핑장 다니면서 시식회를 많이 했습니다. 삼겹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바비큐 고기 맛을 알리는 데 주력했죠. 그러면서 바비큐 관련 언론 매체에 기고도 하고 방송도 출현하게 됐습니다.”
성수기에 그는 하루에 200㎏의 고기를 훈제한다. 바비큐 출장 요리를 나가면 혼자서 한 번에 200인분까지 뚝딱 해낸다. 맛과 익힘 정도를 한 번에 균일하게 해내는 것이 그의 노하우. 그는 “동일조건이라 해도 외부적인 날씨 바람, 기압, 습도에 따라 훈제 맛이 다르다. 매일매일 훈제 환경과 그 결과를 기록했더니 이제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 맛을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쇼핑몰을 통해 바비큐와 다양한 캠핑 요리를 팔지만 그는 장사꾼이라기보다 바비큐를 좋아하고 노하우를 전파하는 캠퍼다. 그는 캠퍼들에게 바비큐 문화를 전파하는 데 한 몫을 했다고 자부한다. 산막타라는 이름을 걸고 연 바비큐 교실을 통해서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강의를 하는 게 떨렸지만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캠퍼들이라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는 바비큐 강의를 하며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활용해 도중에 소스나 빵, 피자 같은 간식 등의 다른 요리법도 소개했다. 시식을 하며 바비큐의 맛에 매료된 사람들이 늘어났고, 바비큐 교실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캠퍼들의 식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물론 삼겹살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좋아하고 맛있는 부위예요. 하지만 캠핑마다 똑같은 걸 먹는다면 질리겠죠. 돼지든 소든 다양한 부위가 있어요. 이 부위들은 양념을 해서 바비큐를 해 먹으면 색다르기도 하고 훨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특히 훈연 같은 건 집에서 불가능한 조리법이잖아요? 캠핑장에선 시간은 많지만 할 일이 별로 없다보니 시간과 정성을 들여 가족을 위한 맛있는 요리를 시도해 볼 수 있죠. 어찌 보면 슬로우 푸드에요. 오래 걸리지만 요리하는 즐거움과 바비큐의 맛을 알게 되면 캠핑이 더 풍성해 질 겁니다.”
바비큐가 직업이 되면서 그는 주말이 더 바빠졌다. 캠핑교실도 열고 산막타의 캠핑요리를 청하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말에 캠핑장과 리조트에서 와인숙성 바비큐, 수제소시지, 윙봉, 등갈비, 랍스타 등의 요리를 내놓는 ‘글램핑 바비큐’도 운영하고 있다.
일로 주말이 더 바쁘지만 캠퍼로서의 본분은 잊지 않았다. 요즘엔 주말 대신 평일에 캠핑을 나선다. 운동 겸 자전거를 즐겨 타다 ‘자출 마니아’까지 됐던 터라 최근에는 자전거 캠핑에 빠졌다. 간소하게 캠핑 장비를 꾸려 자전거 트레일러에 싣고 자전거를 타고 캠핑을 다니고 있다. 몇 번의 장거리 연습 끝에 남한강길을 다녀왔고, 최근에는 금강길까지 완주했다.
그는 “캠핑이 목적이기 때문에 4대강 종주 스탬프도 찍지 않았다”며 “캠핑을 하기 위해 가는 이동수단이 자전거고, 캠핑을 하는 그 느낌 자체가 좋고 즐겁다”는 그의 말을 들으니 ‘바비큐의 달인’이기에 앞서 그는 천상 캠퍼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 난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