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아이들 보호하느라 어머니 등이…” 부산 화명동 아파트 화재 현장

“온몸으로 아이들 보호하느라 어머니 등이…” 부산 화명동 아파트 화재 현장

기사승인 2013-12-12 16:29:00
[쿠키 사회] “어머니의 시신 등쪽이 심하게 탄 상태였습니다. 불이 나자 어머니가 베란다로 피신했지만, 불길이 번지자 온몸으로 자녀들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니와 3남매가 숨진 부산 화명동 G아파트 7층 화재현장을 수습한 소방 관계자는 12일 말을 잇지 못했다. 30대 다둥이 어머니가 어린 두 자녀를 품에 안고 마지막까지 화마(火魔)와 싸우다 숨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11일 오후 9시35분 불이 나 홍모(33·여)씨와 아들(9), 큰딸(8), 작은딸(1)이 숨졌다. 홍씨의 시신은 쪼그리고 앉은 상태로 오른팔로 막내딸을, 왼팔로 아들을 감싸 안은 상태였다. 홍씨는 어린 자녀들의 잠자리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 조모(33)씨는 이날 오후 6시쯤 야간근무조로 출근해 근무 중이었다. 홍씨는 불이 나기 직전인 오후 9시15분쯤 조씨와 휴대전화 통화를 했다. 조씨는 “당시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불은 불과 20분 뒤 시작됐다. 홍씨는 울면서 “현관 입구 쪽에서 불이 났다”고 119에 다급하게 신고를 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신고 직후 수화기 너머로 아이 부르는 소리와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이웃 주민도 연기를 보고 112에 신고를 했지만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불은 85㎡ 아파트 내부를 완전히 태우고 50분만에 진화됐다.

현장에 투입됐던 북부소방서 소방관들은 홍씨와 아들, 작은딸은 베란다에서, 큰딸은 작은방에서 각각 발견했다.

조씨 가족은 지난해 5월 이 집을 사서 이사했다.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이지만 조씨 가족은 새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 이모(55·여)씨는 “평소 성실한 남편과 함께 새집에 이사 와 막둥이를 낳고 좋아하던 홍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아이들도 부모를 닮아 인사성이 밝고 명랑해 주민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경찰은 이날 소방본부, 전기·가스안전공사, 국과수 등과 1차 합동 정밀감식을 벌인 결과 거실 천정 전등 누전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부산도시공사가 1996년 준공한 이 아파트는 복도식으로 15층 4개동에 390가구가 입주해 있다. 당시 규정상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지만 베란다를 통해 이웃집으로 피신할 수 있는 비상탈출구는 설치됐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불이 순식간에 번지자 비상탈출구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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