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추모식에서의 수화 통역사가 ‘엉터리’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AFP 등 외신은 11일(현지시간) 전날 추모식 연단 옆에서 주요 귀빈들의 연설을 거짓 수화 통역사가 이전에도 ‘엉터리 통역’으로 구설수에 올랐다는 수화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
추모식은 전 세계 약 100여명의 전·현직 국가 원수들이 모인 중요한 자리였다. 문제의 수화 통역사는 약 4시간 진행되는 동안 오바마 대통령 등 모든 연사들의 바로 옆에 서서 수화 동작을 해보였다.
남아공 수화협회 블라우 회장은 “이 수화전문가는 지난해 남아공 집권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 등 주요 ANC 행사의 수화통역을 담당했다”면서 “이때도 여러 전문가들이 그의 수화통역 실력을 의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가 여당과 비밀 거래가 있었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중요한 행사의 통역을 맡을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수화협회 외 다수 관련 단체들도 그가 단지 손을 움직였을 뿐 수화를 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아공 수화교육개발원의 카라 로에닝 담당자는 “완전 사기다”며 “수화는 하나도 없었다. 말 그대로 팔을 허공에 휘두른 것뿐이다. 손으로 파리를 쫒는 것 같았다”고 일갈했다.
남아공 농아연맹의 델핀 흘러그웨인 대변인도 “그는 수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외국인들도 그의 수화통역을 보고는 모두 황당해했다”고 덧붙였다.
가짜 수화 통역사의 정체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물론 남아공수화통역사협회 관계자들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은 ‘해프닝’ 차원을 넘어 남아공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조사 후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전 세계로 생중계된 엄숙한 추도식에서 장난에 가까운 엉터리 수화 통역이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콜린스 샤반 남아공 대통령실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문제를 조사 중이지만 넬슨 전 대통령의 장례식 등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금방 결론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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