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도매상 단체와 유통 마진 조율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제약사 ‘한독’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태평양제약’을 575억원에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나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한독이 중소 도매상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태평양제약 인수 발표를 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한독 측이 주장한 자금 압박 등의 주장이 거짓을 드러냈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 수백억의 태평양제약 인수 자금이 드러난 이상 도매업체들이 거래 마진 협상폭은 한독이 제시한 안과 절충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독은 오늘(13일)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문을 인수하기로 태평양제약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제약사업부의 임직원은 모두 변동 없이 한독에 승계되며 영업 양수양도에 관한 법적 절차는 2014년 2월 중에 완료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태평양제약 인수 발표를 통해 그 동안 약가인하, 연구개발 투자 등의 경영난으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도매업계는 한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의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약품도매협회는 지난 10일 한독 본사 앞에서 ‘한독의 의약품 도매업체에 대한 횡포 저지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황치엽 도매협회 회장은 “한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의약품 도매업체들이 제품을 공급하는데 필요한 유통비용에 대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횡포를 자행해 왔다”며 “의약품 유통시스템이 힘의 논리에 의해 더이상 왜곡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 한독의 횡포를 중단시키자”고 말했다.
이후 한독은 정보이용료 1.5%를 포함해 기본마진 6.5%로의 인상을 추가 제안했다. 그러나 도매협회 측은 “제품공급에 필요한 최저비용 마진 8.8%에 턱없이 못미치는 인상율”이라고 제안을 거부했다. 이후 한독 김영진 회장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조건으로, 도매협회가 일시적 물리적 시위를 중단키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독이 태평양 제약 인수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도매업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도매상들은 최소 마진도 남기지 않고 의약품을 판매해 왔다. 이는 사주가 돈이 없다고 일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격”이라며 “그런데 수백억의 태평양 제약을 인수할 돈이 있다는 것을 보니 돈이 없다는 것은 거짓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 도매상들에게 최소 마진도 남지 못하는 유통 마진을 줘놓고 수백억 제약사를 인수한 것은 그동안의 말들이 신뢰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독은 도매협회와의 갈등 상황에서도 일괄 약가인하의 영향으로 지난 2년간 400억원 이상의 타격을 입었으며, 영업 이익이 약 60% 감소한 상황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독이 도매협회 측에 세 번째 제안한 내용은 한독이 손실을 감수하고 마련한 방안이라고 주장해 온 것이다.
한독 관계자는 “도매협회와의 갈등과 약 1년 전부터 준비한 태평양 제약 인수와는 별개로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일환에서 R&D 투자를 통한 신약개발 및 M&A를 통해 미래 제약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적극적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