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경찰서는 등교하던 초등학생 A양(8)을 납치해 부모에게 3000만원을 요구한 혐의(인질강도)를 받고 있는 조모(2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조씨는 이날 오전 8시35분쯤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A양을 자신이 몰던 소렌토 차량에 태워 납치한 뒤 4시간여 동안 4차례에 걸쳐 A양의 부모 B씨에게 3000만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A양 휴대폰으로 B씨에게 전화를 걸어 “3000만원을 준비해라. 내가 어디로 나오라고 하면 체크카드를 들고 차를 운전해 나와라. 다시 전화하겠다” 등으로 협박했다.
A양의 납치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B씨가 아닌 정수기 회사 직원 김모(39)씨였다.
이날 오전 A양의 집에 정수기 점검을 하러 갔던 김씨는 B씨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다가 급하게 전화를 끊는 모습을 보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B씨는 딸이 납치됐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신고를 주저하는 B씨를 대신해 오전 9시45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조씨는 A양의 집 주변인 성동구 일대를 배회하다 범행 3시간44분만인 낮 12시19분쯤 금호동 금호사거리에서 검문 중이던 경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조씨는 시동을 걸고 후진, 다른 차량을 들이받으면서 200m정도 도주했다.
경찰은 도망가는 조씨를 약 2㎞ 가량 추격한 끝에 조씨의 차량을 순찰차로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 등이 부상을 입었으나 A양은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 결과 조씨의 차량 안에서는 납치에 사용하기 위한 노끈, 포대자루, 야구모자 등이 발견됐다.
경찰조사에서 조씨는 “카드빚 2700만원을 갚기 위해 납치범행을 계획하던 중 우연히 A양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봉제공장 등을 하고 있는데 운영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A양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씨를 상대로 범행동기 등 자세한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