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촉법’ 돌발변수에 해 넘긴 예산안=여야는 1일 본회의에서 총지출 기준 355조8000억원 규모의 2014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당초 예산안은 지난 31일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이라는 돌발변수에 발목이 잡혀 해를 넘겨 처리됐다. 예산안과 외촉법 개정안, 국정원 개혁안을 일괄 처리하기로 한 여야 합의에 대한 민주당 당내 반발이 쏟아진 게 걸림돌이었다. 박영선 법사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지도부의 외촉법 처리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박 위원장이 외촉법 법사위 상정 불가를 주장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가자 김한길 대표가 박 위원장 설득에 들어갔다. 결국 여야 법사위원과 지도부 간 채널을 가동해 상설특검 등 검찰 개혁법의 2월 국회 처리 합의를 약속한 뒤에야 외촉법 법사위 통과가 이뤄졌다. 이미 시간은 이날 오전 3시35분이었다.
외촉법은 오전 본회의에서 재석 254명 가운데 찬성 168표, 반대 66표, 기권 20표로 가결됐다. 반대·기권을 합하면 80표가 넘는데 민주당 반대표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 지도부의 강력한 설득이 의원들에게 먹히지 않은 셈이다. 민주당은 외촉법 논란으로 지도부와 강경파 간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돼 앞으로도 적지 않은 당내 파장이 예상된다.
◇막판 쪽지예산 논란에 폭로전까지=예산안 통과 직후엔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지역구의 ‘쪽지예산’ 논란이 불거져 본회의가 정회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발단은 정부가 250억원으로 편성한 ‘대구 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이 국회를 거치며 130억원이 증액된 것에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여권 실세인 최 원내대표의 ‘끼워넣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예산결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예산안 처리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에서 새로운 사업의 비목(費目)을 설치하려면 소관 상임위원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대구지하철1호선 연장사업은 국토교통위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최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는 “기존 계속사업인 80억원에 50억원 재원을 보태 130억원을 증액한 것”이라며 “최 원내대표 지역구인 경북 예산이 아니라 대구 예산”이라고 반박했다. 최 원내대표도 직접 신상발언을 요청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걸 가지고 신성한 국회 본회의장이 소란스러워지게 돼 억울하다”고 했다.
이후 공방은 무차별 폭로로 번졌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예결위에서 국토교통위에 동의를 신청했는데 민주당 소속 주승용 국토위원장은 본인 지역구 예산 5개와 맞바꾸자고 했다”며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없어 신규예산 반영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 헌법 위반’이라며 예산 무효화를 요구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주 위원장이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문제의 예산을 ‘계속사업’이라며 일방적으로 반영했다”며 “여권 실세의 지역예산 챙기기를 위한 사기”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김동우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