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구려·고려 유적 남북 공동발굴 추진, 안중근 유해도…'통일은 대박' 박 대통령에 6일 업무보고

[단독]고구려·고려 유적 남북 공동발굴 추진, 안중근 유해도…'통일은 대박' 박 대통령에 6일 업무보고

기사승인 2014-02-05 08:33:00

<정부 조만간 북에 제의…대북 간접투자 부분적 허용 적극 검토

[쿠키 정치]정부는 연내 북한과 공동으로 고구려 및 고려의 왕릉, 궁궐터를 비롯한 역사유적 발굴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평양 안학궁터(고구려 궁궐터)와 개성 만월대(고려 궁궐터) 및 고구려 옛 도읍지인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 일대의 왕릉에 대한 공동 발굴을 조만간 북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남북 주민 교류 대폭 확대, 대북 간접투자 부분 허용 등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출범 2년차를 맞은 올해를 통일 기반 구축의 원년(元年)으로 삼고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 강화,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 공감대 확산, 한반도 비핵화 등 3대 분야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6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 구축’ 중심의 2014년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은 대박”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관련 부처에 후속조치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4일 “외교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의 핵심은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차원의 조치들”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우선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선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라 역사유적 공동 발굴을 비롯한 문화·체육 분야 교류 등 비정치 분야에서 전방위적 교류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업무보고에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진 않지만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발굴사업, 경평(京平)축구, 통일농구대회 부활 역시 긍정 검토한다는 내부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평축구는 박 대통령이 2002년 5월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재개하기로 합의했던 사안이다.

아울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TX)의 구체적인 발전 방안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북 간접투자를 선별 허용키로 하는 등 대북 신규 투자를 금지한 5·24조치도 점진적으로 완화키로 했다.

외교부는 미국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을 대상으로 남북통일에 대한 전폭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하기로 했다. 또 6자회담 등 비핵화 대화 재개 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미·중 등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태도 변화도 적극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오는 4월로 검토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올 상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두 정상에게 통일에 대한 지지를 끌어낸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체화…북의 변화 이끌어 낸다>

외교·통일부 ‘통일시대 기반 구축’ 방안 의미

외교부와 통일부가 6일 실시할 대통령 업무보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한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 구축’ 실현을 위한 이행조치로 채워졌다. 대내적으로는 반세기 넘게 분단된 남북 민족의 이질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고, 대외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의 지속적 추진과 함께 남북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이른바 ‘투트랙’ 접근방식인 셈이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첫해인 지난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거대한 명제를 던졌다면 2년차인 올해부터는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단계다.

◇남북 동질성 회복 조치 시급 판단=통일부의 업무보고 내용 중 최우선 사업은 남북 주민들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 강화다. 사회·문화적으로 이질감을 해소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소식통은 4일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 구축을 위해선 남북 주민 간 이질성을 극복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및 화상상봉 정례화는 물론 문화·체육 분야 교류 강화에 중점을 뒀다. 남북 주민이 한 민족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남북 공동의 문화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얘기다. 고구려 및 고려의 왕릉, 궁궐터의 남북 공동 발굴사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2005년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됐던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발굴사업이나 1946년 이후 명맥이 끊겼다가 1990년 한 번 열렸던 경평(京平)축구대회 등의 부활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6일 기자회견에서 “남북 주민들이 오랜 기간 다른 체제에 살았기 때문에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너무나 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사회·문화·체육 분야 등 낮은 단계에서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한 뒤 군사·정치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구체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또 통일 회의론이 팽배한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통일박물관 건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통일박물관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보고에는 또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민간단체의 역할도 강조된다. 정부는 우리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유럽 NGO의 북한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신뢰 여하에 따라 5·24조치의 점진적 해제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차원이다. 다만 정부는 5·24조치 전면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비핵화 지속 추진, 통일 위한 국제환경 조성=외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 중 핵심은 현재 장기 표류하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통일시대에 대비한 국제협력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 독일 통일 사례에서 보듯 주변국들에 한반도 통일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라는 취지다. 박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국제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불확실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평가 및 협의를 강화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태도 변화다. 북한이 최근 이른바 유화 공세를 펴면서 대화 모드로 가고는 있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핵심 조건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아직 별다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되는 한 일정 수준 이상의 남북 교류는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련국들의 지지를 얻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정부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좁게는 미국과 중국, 넓게는 6자회담 당사국 등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인식에 따른 것이다.

남혁상 모규엽 기자 hsnam@kmib.co.kr
정재호 기자
hsnam@kmib.co.kr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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