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접촉 자정 넘겨 마라톤 협의…접촉결과 윤곽 안갯속

남북 고위급접촉 자정 넘겨 마라톤 협의…접촉결과 윤곽 안갯속

기사승인 2014-02-13 00:42:00
[쿠키 정치] 남북은 12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가진 고위급 접촉에서 현안을 놓고 자정을 넘어서까지 마라톤 협의를 이어갔다.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정상적 진행을, 북측은 지난달 16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내놓은 중대제안의 즉각 이행을 각각 요구했다.

◇탐색전, 자정 넘어 계속=이번 접촉은 사전에 의제를 정하지 않고 시작됐다. 따라서 수석대표간 대화를 갖기 전 오후 늦게까지 두 차례 전체회의를 계속하면서 양측이 서로 관심사를 제기하고 설명하며 상대방의 입장을 묻는 과정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오전 상황에 대해 “어떤 분야에 대한 타결을 목표로 조율하거나 그런 단계는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전 10시5분 1차 전체회의를 시작한 양측은 약 1시간20분 뒤 회의를 마감했고, 이어 점심 식사를 한 뒤 오후 2시5분 2차 전체회의를 시작해 2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후 약 3시간가량 정회하며 숨을 고른 남북은 오후 7시15분부터 약 20∼30분 동안의 수석대표 접촉을 두 차례 가지며 본격적으로 쟁점 협의에 나섰다. 그러나 자정을 넘는 시간까지도 공동보도문을 비롯해 접촉 결과에 대한 윤곽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의제 놓고 줄다리기=북측은 중대제안을 설명하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를 요구했다. 또 이산가족 상봉에 동의한 만큼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남북 경제협력사업 등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적대행위 금지와 교류 활성화 등을 언급하며 우리 측에 대북 신규 투자 등을 금지한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정상적 진행과 함께 상봉 정례화 및 이를 위한 상설기구 설치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 관계 개선의 첫 단추인 만큼 상봉이 계속 이뤄져야 남북 교류도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전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의지를 보이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문제 등도 북측에 제의했다.

접촉이 계속되는 동안 우리 대표단은 물론 이를 지원하는 외교·안보 당국자들도 접촉 진행 상황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조심스러운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남북간 실무접촉이나 회담이 있을 때 빠짐없이 공개하던 양측 수석대표의 환담 내용조차 알리지 않았다.

◇남측은 긴장, 북측은 여유=고위급 접촉 첫 만남에서 북측 대표단의 경우 대부분 남북문제를 수십년 다룬 베테랑 ‘대남 일꾼’답게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우리 측은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과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 모두 이번이 남북회담 데뷔 무대여서인지 약간 긴장한 모습이었다.

북측 대표단은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을 필두로 우리 측 판문점 연락관의 안내를 받은 채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 들어섰다. 김 1차장 등 우리 측 대표단은 평화의 집 내부에서 북측 대표단을 맞았다. 양측은 평화의 집 안에서 “반갑습니다”라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회의장에 들어섰다. 남북은 간단한 포토타임과 모두발언을 마친 뒤 오전 전체회의에 돌입했다.

포토타임에선 남북 대표단이 서로 악수할 때 우리 측 손재락 총리실 정책관이 제때 자리에 있지 못해 전종수 북한 서기국 부국장이 상대편과 악수하지 못하고 손만 내미는 멋쩍은 상황이 연출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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