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한바탕 신나게 춤을 췄다. 국민들은 모태범의 재기발랄한 모습에서 패기와 힘을 느꼈다. 그리고 이후 4년 동안 모태범은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올림픽 무대에 섰다. 새로운 나타난 강자들에게 가로막혀 고개를 숙였지만 잘 싸웠다. 모태범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몸을 잘 만들어 평창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모태범의 인터뷰를 본 한 네티즌은 “죄송하다는 모태범의 말이 걸린다. 메달을 따지 못한 건 죄송한 일이 아닌데….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한 우리가 더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거의 무명에 가까운 비인기종목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도전이자 위대한 업적이다.
성은령(22·용인대)은 ‘여자 루지에도 한국 선수가 있나’라는 무관심 속에서 경기에 나섰다. 여자 루지 싱글에 출전한 성은령은 31명 중 29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 역시 피나는 훈련과 남몰래 흘린 눈물이 빚어낸 소중한 성적이다. 성은령은 2011년 루지 국가대표에 선발됐으나 훈련 여건은 열악했다. 유니폼이 없어 자기가 입던 운동복을 입고 훈련했다. 헬멧은 선배들이 쓰던 걸 물려받았다. 국내에 트랙이 없어 무더운 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탔다.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으로 버텼다. 성은령은 몸무게를 늘려야 하는 종목 특성상 살을 찌우기 위해 하루에 여섯 끼를 먹었다. 그는 “한국 최초로 동계올림픽 루지에 출전한 여자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새겨 영광이다”고 했다.
한국 여자 크로스컨트리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이채원(33·경기도체육회)은 ‘베테랑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이채원은 지난 8일 15㎞ 추적 경기에서 61명 중 5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까지 건재한 것만 해도 놀랍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꾸준히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채원의 근성과 지구력은 한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2년 딸을 낳은 이채원은 “임신 9개월까지 스키를 탔다”며 “왜소한 내가 이렇게 힘든 운동을 오랫동안 하고 또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은 남보다 더 많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칠 줄 모르는 이채원은 평창을 향해 또 달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고생 많았다’, ‘당당하게 고개를 들라’,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등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이제 더 이상 1등만 기억하지 않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