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체육계에 만연한 파벌 싸움… 제2의 안현수·추성훈 안 된다

[소치올림픽] 체육계에 만연한 파벌 싸움… 제2의 안현수·추성훈 안 된다

기사승인 2014-02-17 15:46:01
[쿠키 스포츠]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러시아 국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았다. 그 모습을 본 우리 국민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들 주의 하나가 한국 빙상계의 파벌 싸움이기 때문이다. 한국 체육계의 고질병인 파벌 싸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눈물을 흘린 선수도 한둘이 아니다.

안현수 이전에 파벌 싸움 때문에 국적을 바꾼 선수가 있다. 바로 유도의 추성훈(39)이다. 재일교포 4세인 추성훈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일본전국대회를 주름잡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일본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자격이 없었다. 한국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었던 추성훈은 대안을 찾았다. 그건 한국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다.

추성훈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와 부산시청에 입단했다. 하지만 끝내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후에 추성훈은 “용인대 선수와 판정까지 가면 항상 패했다”며 “편파 판정으로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매번 고배를 마셨다”고 폭로했다. 결국 2001년 일본인 ‘아키야마 요시히로’가 된 추성훈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일본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과 유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종목에 여전히 파벌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벌은 대학별, 지역연맹별 등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체육계엔 파벌 싸움 외에도 볼썽사나운 일들이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엔 고교 태권도 선수인 아들이 전국체전 선발전에서 심판의 부당한 판정으로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며 태권도장 관장인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파벌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건전한 라이벌 구도 형성과 주류를 따라잡기 위한 비주류의 과감한 투자 등은 순기능이다. 그러나 ‘끼리끼리 문화’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돼 앞날이 유망한 선수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관행이다.

정치권에서도 “제2의 안현수, 추성훈이 나와선 안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절대 강자로 군림한 쇼트트랙 성적이 부진하고 설 자리를 찾지 못한 반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는 금메달, 동메달을 따면서 그동안 지적돼 오던 빙상연맹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쇼트트랙뿐 아니라 체육계 전반에 깔려있다는 부조리를 해소해야 한다. 당은 물론 국회 관련 상임위도 대한민국의 체육발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해 2099개 체육단체를 대상으로 2010년 이후 단체 운영 및 사업 전반에 대해 특별 감사를 시행해 총 337건의 비위 사실을 적발했다. 문체부는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폭력 및 성폭력, 입시비리, 조직사유화를 스포츠 분야의 4대 악으로 규정하고 홈페이지 배너와 직통 전화(1899-7675)를 통해 국민 누구나 비위를 제보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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