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의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18일 한국을 방문,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한·일 양국 관계를 실무적으로 책임진 양측의 당국자가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후 처음이다. 지난달 동북아국장에 임명된 이 국장이 이하라 국장과 대면한 것도 처음이다.
두 사람은 상견례를 겸한 자리에서 양국 간 관계 개선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국장은 이하라 국장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선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과 이하라 국장 간 면담에선 22일 일본 시마네현 주최로 열리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 등 한·일 관계의 변수가 될 현안도 대화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핵 6자회담 일본 수석대표를 겸임하는 이하라 국장은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오찬 회동을 가졌다.
앞서 이병기 주일대사는 17일 일본 외무성을 방문해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과 30여분간 면담했다. 이 대사의 신청으로 이뤄진 회동에서 두 사람은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연쇄 접촉은 지난 13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 전까지 한·일 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직후 이뤄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연쇄 회동이 두 나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외교장관 회담 의사를 밝힌 상태다. 기시다 외상은 기자들에게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꼭 실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선 일본 측이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섣부른 관계 개선을 전망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