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또 한명의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희생자인 이벤트 업체직원 고(故) 최정운(43)씨의 사연이 트위터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고인은 부산외대에 설치된 합동장례식장이 아닌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부산좋은강안병원의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대학생 9명의 빈소에는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조문 발길이 끊이지 않고 애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최씨의 빈소엔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베트남에서 비보를 전해 듣고 달려온 아내 레티끼에우오안(28·여)씨가 울부짖다 지친 모습으로 쓸쓸하게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은 안선영씨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안씨는 19일 트위터에 “소치 올림픽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어젯밤 있었던 어이없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로 꽃 같은 9명의 청춘과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일하던 한 명의 가장이 숨졌다”며 “학생들과 달리 혼자 이벤트업체 직원이라 보상대책회의에서도 배제될까 걱정”이라고 적었다.
안씨는 “고인은 저의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 8기 선배”라며 “따로 장례식장으로 모셨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고인과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따뜻한 관심과 함께 합당한 보상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대구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뒤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연극계에서 활동했다. 2003년 대구U대회 때 한 문화행사에서 스태프로 일했던 고인은 당시 극단 동성로 대표였던 문창성(55·전 대구시립극단 감독)씨에게 발탁돼 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문씨는 고인에 대해 “요즘 세대와 달리 가볍고 발랄한 연극보다는 진중하고 선이 분명한 연극을 추구한 보기 드문 친구였다. 안타까운 인재를 잃었다”고 울먹였다.
이후 고인은 극단 동성로 대표 자리를 이어받았고 다른 일로 돈을 벌어 연극 제작비와 활동비를 충당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하녀들’ ‘카니발’ 등 진중한 연극 작품들을 꾸준히 연출했다. 그가 제작에 참여한 대표작으로 ‘조통면옥’ ‘분장실’ ‘하녀들’이 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는 작품을 전혀 무대에 올리지 못했고 연극계에서 활동이 뜸해졌다.
최씨는 2012년 8월 베트남 출장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내와 결혼했으나 아내가 한국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자 최근 친정에 나들이를 보냈었다.
최씨는 일이 없을 땐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했고 대리운전을 하기도 했다. 최근엔 연극을 연출하던 경험을 살려 한 이벤트 회사의 한 하청업체 소속 프리랜서로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결혼식 등 각종 행사를 누볐다. 이 일은 그를 죽음으로 이끌고 말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잊혀질 뻔 했던 40대 가장 최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이제라도 알려져서 다행입니다” “합동장례식장에 함께 안치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등의 댓글을 달며 최씨의 명복을 빌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