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노담화 재검토는 역사 부정’ 맹공=외교부는 자료에서 “일본 정부는 가토(加藤)담화·발표문과 고노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설치, 관리, 이송에 대한 일본군의 직·간접적인 관여 및 강압 등에 의한 총체적인 강제성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뜻과 함께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일본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 내용을 검증하는 팀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또 “이는 그간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됐던 올바른 역사인식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고노담화) 당시 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형언할 수 없는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증언했던 경위를 고려할 때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참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또다시 안기는 몰지각한 행동에 나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우리 정부 입장은 극히 이례적으로 새벽 1시쯤 배포됐다. 그만큼 이를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2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고노담화에 대해 “학술적인 관점에서 더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시 조사가) 비공개로 됐기 때문에 정부가 배려해야 하지만 기밀로 취급하면서 (검증이) 어떻게 가능한지, 제출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의 담화를 통해 일제시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1992년에는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관방장관 담화 및 발표문에서 일본 정부의 군 위안소 관여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미국 압박에도 한·일 관계 개선 요원=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의 관계 개선 촉구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관계는 나아지기는 커녕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특히 양국 관계 정상화의 대전제인 역사인식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역사관이 갈수록 퇴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최근 일본 우익세력이 고노담화의 철회 또는 수정을 집요하게 주장하는 일본 내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제사회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짓밟은 사안이라는데 공감하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한·일 관계 역시 실마리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 재검토를 행동으로 옮길 경우 큰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관계는 22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이르는 명칭)의 날’ 행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충돌이 불가피하다. 행사에는 지난해에 이어 일본 중앙정부 차관급 인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중앙정부의 고위인사 파견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거듭 경고한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나 움직임을 하겠지만, 일본이 최소한의 성의 있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본질적인 상황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