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외교’ 통한 대외정책 구현=박근혜정부의 대외 전략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이른바 ‘신뢰외교(Trustpolitik)’다. 국제규범에 따라 상호 간에 원하는 것을 이행하게 만든다는 원칙이 대외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이런 신뢰외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과의 관계 설정에 중요한 지침이 됐다.
예컨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선 양국 간의 ‘신뢰동맹’을 강조했고, 6월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기존 ‘대화와 협력’ 대신 ‘대화와 신뢰’에 방점을 뒀다.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모두 이런 신뢰외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
◇‘4강 외교’는 전반적 합격점=한·미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미국을 선택했고,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의 위치도 공고히 했다. 원자력협정 만기 2년 연장, 주한미군 방위비분담협정 타결도 이뤄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는 계속 논의 중이지만 동맹 관계를 해칠 사안은 아니다. 특히 당초 일정에는 없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올 4월 한국 방문이 성사된 것은 한·미 관계의 굳건함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정부 출범 1년 간 가장 큰 발전을 이룬 부분은 한·중 관계다.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에 비해 중국과의 협력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북핵불용’ 원칙 아래 비핵화를 위해 한·중 두 나라가 적극 협력키로 한 것은 큰 성과로 꼽힌다. 한반도 인근 강대국 지도자 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한국을 방문할 만큼 가까워진 러시아와의 관계 발전도 빼놓을 수 없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23일 “한·미 관계는 전반적으로 관리가 잘 됐고, 특히 한·중 관계에서 정치·경제·문화까지 교류의 폭을 넓힌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브레이크 없는 우경화 행보가 직접적 원인이지만, 최악의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년차엔 보다 전략적인 접근법 필요=전문가들은 정부 출범 2년차엔 보다 구체화되고 전략적인 접근법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1년이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정책 구상을 천명하는 해였다면 이제부턴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지난 1년간 한반도 주변의 상황 관리는 성공했지만 외교적으로 큰 밑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앞으로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와서 이행돼야 한다. 레토릭(수사적 표현)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교수도 “첫해는 현안 별 대응은 잘했지만 우리가 현안 해결을 주도할 수 있는 큰 전략은 나오지 않았다”며 “현 정부 임기 내내 계속 밀고 갈 전략과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