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공룡'으로 자리잡은 네이버… "개미들은 슬프다""

"증시 '공룡'으로 자리잡은 네이버… "개미들은 슬프다""

기사승인 2014-03-11 20:26:00
[쿠키 경제] IT기업에 다니는 김모(31)씨는 네이버(NAVER)의 주가를 바라보면 가슴이 시린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6일 굳게 마음먹고 네이버 주식 20주를 사들였다. 매수 주가는 주당 63만3000원이었다. 주가는 김씨의 기대대로 움직였다. 1월 초 70만원을 돌파하며 꽤 큰 이득을 볼 것 같았다.

하지만 1월 말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주가는 60만원 중반까지 빠졌다. 다시 오르기에는 호재가 없었고, 아무래도 더 많이 오르기엔 인터넷 기업의 한계가 있어 보였다. 결국 김씨는 지난 1월 28일 67만6000원에 15주를 팔고 말았다. 김씨의 판단을 비웃듯 네이버 주가는 2월 말부터 급등, 순식간에 80만원을 돌파했다.

네이버가 증시의 공룡이 되고 있다. 반 년 만에 배 가까이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 4위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이득을 보는 건 김씨같은 개미 투자자가 아닌 외국인이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 주식은 전 거래일보다 0.35% 내린 8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소폭 내려가면서 시가총액(시총)은 28조182억원이 됐다. 이날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네이버는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달 27일 포스코를 제치고 시총 5위에 올랐고 이후 SK하이닉스마저 따돌리며 4위에 올랐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 주가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무려 118만원으로 올렸다. 현재 가치보다도 무려 38.3%나 더 오를 수 있다고 본 셈이다. KDB대우증권도 최근 목표주가를 105만원으로 치켜세웠다. 증권가는 시총 29조5438억원으로 3위 자리에 있는 현대모비스를 누르는 일도 시간문제로 본다.

IT기업이 전통의 제조기업을 순식간에 제친 이유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있다. 국내 사용자가 많지 않아 개인 투자자들은 대단치 않게 봤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은 다르다. 특히 최근 페이스북이 모바일메신저 ‘왓츠앱(WhatsApp)’을 190억 달러(약 20조24000억원)에 인수한 뒤 ‘라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삼성증권 박재석 연구원은 “글로벌 IT산업에서 모바일메신저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이 상당한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개미는 이번에도 주가 상승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가입자가 얼마 없다며 무시하다가 뒤통수를 맞고 있는 꼴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재상장 이후 지난 10일까지 네이버 주식을 무려 1조5703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가상승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1조167억원, 5064억원어치를 던졌다.

KDB대우증권 김창권 수석연구위원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외국 기업과 함께 보며 더 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데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는 그렇지 못한 면이 있다”며 “네이버가 포스코나 한국전력보다 시총 순위가 높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담을 느껴 팔아버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진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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