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차관 오랜만의 회동… 정상회담? 시기상조!

한·일 외교차관 오랜만의 회동… 정상회담? 시기상조!

기사승인 2014-03-12 20:25:00
[쿠키 정치]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로 최악의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외교차관이 12일 서울에서 회동했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처음으로 열린 양국 고위급 외교 채널이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齋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갖고 한·일 양국 간 포괄적인 현안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조 차관은 면담에서 사이키 차관에게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과한 1993년의 ‘고노(河野)담화’는 ‘무라야마(村山)담화’와 함께 한·일 관계의 기본적 토대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올바른 역사인식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일 관계 경색의 주원인인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이 먼저 진지한 반성과 함께 선제적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한은 최근 취임한 조 차관과의 상견례를 명목으로 일본이 요청해 이뤄졌다.

사이키 차관의 이번 방한은 미국이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에 앞서 한·일 관계 개선을 강력히 압박한 것과 무관치 않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한·미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협력을 강조한데서 보듯이 미 행정부는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냉각기를 지속하는데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양국 차관 면담처럼 일회성 이벤트를 계기로 두 나라 간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특히 미·일 양국이 이달 말 네덜란드 헤이그의 핵안보 정상회의에 맞춰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개최를 모색한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일본의 선제적인 조치 전에는 정상회담이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차관은 면담에 앞서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도 말씀하셨듯이 올바른 역사인식이 양국 관계의 기초”라며 “올바른 인식이 세워져서 성과 있는 정상회담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의에 대해 “한·일 관계가 앞으로 잘 될지 테스트하는 자리”라고 규정했다. 다른 당국자도 “이런 조치 없이 무턱대고 아베 총리와 악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최윤희 합참의장은 11일(현지시간)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장은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옆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북한 위협에 맞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일 관계 등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봐가며 발전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한·일 간의 군사협력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정부의 기본 방침 하에 안보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의장은 또 미 국방부 청사에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과 면담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 등 현안을 협의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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