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괴상한 광고” 추신수 모델인 불고기 광고에 ‘서경덕 수난시대’

“올해 가장 괴상한 광고” 추신수 모델인 불고기 광고에 ‘서경덕 수난시대’

기사승인 2014-03-23 16:52:00

[쿠키 문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에 ‘BULGOGI?’라는 광고가 실렸습니다.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 환한 표정으로 “한국 식당에서 한 번 드셔보세요, 맛있습니다”라고 불고기를 권하는 사진입니다. 그동안 독도·아리랑·비빔밥·막걸리 등 광고를 통해 한국 알리기에 앞장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기획한 작품으로 서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와 함께 한식을 널리 알려볼 생각”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좀 이상합니다. 한국 홍보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서 교수에게 호평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만났습니다. 미국 공영 라디오인 엔피알(NPR)은 “미국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영국 신문에 햄버거의 기막힌 맛을 선전하는 격”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광고 전문지 애드위크(ADWEEK)도 “올해 가장 괴상한 광고”라고 혹평했습니다. 한국 문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조 맥퍼슨은 아예 국내 한 일간지에 “이런 광고는 미국인들에게 혼란과 비웃음만 산다. 서씨를 포함한 브랜드 전문가들의 한국 홍보의 문제 핵심은 홍보의 대상이 외국인이 아니라는데 있다”면서 “그들은 한국인들에게 ‘우리가 이런 걸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서 교수 광고를 두고 비판이 잇따르자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영어 문장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전시행정 같은 광고’ ‘광고도 촌스럽고 생색내는 것도 촌스럽다’ 등 날선 비판도 많았지만 ‘한국을 알리는데 앞장섰는데 너무 한다’ ‘서 교수만큼 노력한 사람도 없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 등 옹호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서 교수의 입장이 궁금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논란에 당황했을 법도 한데 그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서 교수는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보여주기 식이라면 추신수 선수도 흔쾌히 광고를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단 한 번도 사적인 이익을 위해 광고 사업을 진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설문조사에서 한식을 접해본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으로 불고기를 꼽았다”며 “외국인이 한식집을 찾았을 때 ‘광고에서 본 음식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가볍게 접근한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습니다.

다만 그는 “추신수를 전국구 스타라고 생각해서 기용했을 뿐이지, 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기존 홈페이지는 주제에 맞춰 한 가지 내용으로 통일했는데 이번엔 다소 복잡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서 교수와 대중 모두에게 숙제를 남겼습니다. 한국을 알리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외국인들 입장에서 너무 어렵고 거부감이 드는 것은 아니었는지 서 교수는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도 캠페인에 동참하거나 발전적인 대안 없이 서 교수 흠만 찾아내는데 너무 매진한 것은 아닌지 성찰할 시점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오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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