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서툰 한국어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5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어로 "박근혜 대통령님을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최근 과거사 문제로 냉각된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재임 중 첫 만남이다. 비록 3자회담의 형식이긴 하지만 일단 한·일 정상 만남의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가 이어진다면 양국 관계 정상화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반면 이번 회동 이후에도 일본 정부와 정치지도자들의 과거사 도발이 계속될 경우 경색 국면의 전환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2008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이다. 한·일 정상 간 만남은 2012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회담 이후 22개월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무력·경제발전 병진 노선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8년 12월 이후 장기 표류하고 있는 6자회담 등 비핵화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지만 대화 재개에 앞서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거듭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의제는 대부분 북핵 등 한반도 문제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할당된 비율은 80∼90%”라며 “한·미·일 정상이 각각 가져온 내용은 3국 모두 민감한 내용들이 있어서 공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미국의 적극적인 요구와 한·일 과거사 현안에 대해 일본이 일정 수준의 성의 표시를 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극적으로 성사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