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침몰하는 여객선의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이준석(69) 선장에 대한 비난이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이제는 외신들조차 이 선장의 행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은 20일 누구보다 선장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선장이 가장 먼저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것은 자랑스러운 전통을 더럽힌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계해양사에서 침몰 위기 때 선장이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것은 2012년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와 세월호 선장 뿐이랍니다. 그 이전까지 선장이 침몰 배와 최후를 같이 한 것이 마도로스의 자랑스러운 전통이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이날 “공포에 질린 승객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을 앞세운 사람들”이람 미 해군 함정을 지휘한 월리엄 도허티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세월호 선장이 승객을 남겨두고 탈출한 것은 수치이다.”
포브스지는 “21세기에 선장이 최후까지 배에 남으리라는 건 기대하지 않지만 첫 번째로 탈출한 것 문제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가디언지는 “승객을 포기한 선장에게 한국인들의 분노가 모아지고 있다”고 했고 ABC는 “선장이 배와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CNN은 “배는 가라앉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방송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고 방송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이 선장이 그렇게 탈출해 구속된 후 엉덩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 졌습니다. 네티즌은 “실종자 수 백 명, 그 가족 수 천 명을 넘어 온 국민을 고통과 비탄에 잠기게 한 장본인이 그깟 엉덩이 아프다며 병원을 갔다니, 열불이 난다”는 격노를 쏟아냈습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이 선장은 전날 “엉덩이가 아파서 진찰을 받아야 겠다”며 수사팀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구조 당시 충격으로 엉덩이를 다쳤는데 다시 아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겠다는 것이었죠. 이 선장은 엑스레이 촬영을 마치고 간단한 진찰을 받은 뒤 다시 구금됐습니다.
인터넷엔 침몰 관련 기사마다 “(이 선장의 행위는) 국가를 넘어 전 세계가 분노하고도 남을 일”이라는 식의 댓글이 넘칩니다.
이 선장은 19일 새벽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는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으며 다만 물살이 거세고 구조선이 오지 않았으니 선실에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선원법 제2장 10조엔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가지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선장과 함께 단원고 교감 강 모(52) 선생님도 구출된 분 중 한 사람입니다. 제자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책임감에 시달렸던 강 교감은 결국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극한의 선택을 하고 말아 우리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내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 유골을 침몰 수역에 뿌려 달라’고 유언을 남겼습니다.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는 마지막 말은 모두를 울게 만들었습니다.
이 선장의 태도와 유사했던 이탈리아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의 어떤 벌을 받았을까요? ‘대량 학살죄 15년, 배 좌초 시킨 죄 10년, 승객 유기죄로 1명 당 6년씩 2697년’이 구형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44년 전 우리나라 최악의 해난사고인 남영호 침몰 때의 선장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1970년 12월 제주 인근서 발생한 남영호 침몰 사고로 326명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남영호 선장 강 피고인에겐 1971년 5월 살인죄로 사형이 구형됐습니다. 그러나 그해 6월 강 선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죄만은 인정돼 금고 3년에 처해졌습니다. 검찰이 주장한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은 법원이 인정치 않았습니다. 선주인 또 다른 강 모씨에겐 과적하도록 했다며 과실치사죄를 적용, 금고 1년6월과 벌금 3만원을 선고했죠. 통신장 김 모씨에겐 벌금 1만원에 선고유예, 직무혐의로 기소된 해경 통신과 김 모씨에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한편 살인 부분 무죄를 선고 받은 선장 강씨는 재판장 판결이 끝나자 그 자리에 앉아 소리 내어 울었다가 쓰러지기도 했다고 당시 신문이 전하는군요. 사고의 역사도 그렇고 판결의 역사도 반복될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