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살짝 묻었다고 전량폐기라니” 검역본부장 앞서 음독 시도

“흙 살짝 묻었다고 전량폐기라니” 검역본부장 앞서 음독 시도

기사승인 2014-04-24 22:11:01
[쿠키 사회] 50대 남성이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의 까다로운 검역절차를 비판하며 검역본부장 앞에서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성은 다행히 숨지지 않았지만 대체 작물을 대상으로 한 검역 당국의 지나친 수입 규제가 도마에 올랐다.

24일 작물수입 업자와 농민 등에 따르면 3·4월 총 3회에 걸쳐 57t의 토란 종자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배모(57)씨는 지난 18일 수입물량 전량을 폐기처분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통보문에는 관련법상 수입식물로 분류된 작물은 흙이 묻어있을 경우 폐기처분 또는 반송하도록 명시돼 있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적혀있었다.

폐기처분 조치가 내려진 토란은 전국 2000여명의 농민들이 농가 수익 증대를 위해 배씨에게 예약한 작물들로, 4월 중순이 지나면 파종시기가 지나 전량 폐기처분해야 한다.

배씨를 비롯 농민들은 “전체 수입물량 가운데 5%도 안 되는 일부 작물에만 흙이 묻어있는데 수입 물량 전체를 폐기처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난 18일부터 처분유예 및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검역본부 정문 앞에서 열었다.

하지만 검역본부가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배씨는 지난 18일 오후 2시쯤 검역본부 2층 본부장실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배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수입작물에 조금이라도 흙이 묻어 있으면 관련법상 통관 자체가 안 된다”며 “검역본부 차원에서도 다른 대안을 고려해 봤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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