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총리 사의 표명, 즉각 수리해 새 리더십에 맞겨야 하는 이유

[기자수첩] 총리 사의 표명, 즉각 수리해 새 리더십에 맞겨야 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4-04-27 14:59:00

[친절한 쿡기자 - 기자수첩]

1. 27일 오전 10시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사고 발생 11일째 되는 날입니다. ‘사고’라는 표현보다 ‘사건’이라고 해야 할 만큼 사안이 심각함을 국민 모두가 알게 됐습니다.

2. 저는 사고 5일째 되는 날 ‘기자수첩’에서 피해자 가족이 청와대로 향하는 걸 보고 국무총리의 경질이 당장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침몰 사고를 두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총체적 난국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새로운 리더가 하루라도 빨리 사고에 대응해야 했으니까요.

그날, 진도에 있던 피해자 가족은 사고 닷새째가 되도록 단 한 사람도 못 구하고 시간만 자꾸 흘러가자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 밖에 없다고 판단한 거죠. 해경 등이 우왕좌왕 하는 새에 침몰 배 안에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단원고 학생 피해자 가족 등이 결론을 내린 거죠.

3.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울둘목 진도대교 앞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고 더 나갈 수 없었습니다.

4. 청와대행까지 나왔을 때 대통령은 국가의 수반으로서 그 책임을 물어 총리를 경질해야 했습니다. 닷새가 되도록 우왕좌왕 했다면, 그래서 실종된 학생 등이 다 죽게 생겼다면 ‘선 수습, 후 사퇴’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총리가 내각의 수반으로서 리더십을 상실했다고 대통령이 판단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총리의 경질은 대통령 자신이 무거운 책임을 지겠다는 뜻도 됩니다.

5. 중국 ‘십팔사략’에 ‘국가의 위기를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복수는 뒤로 돌린다(先國家之急, 而後事讐也)’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금 국가가 위기죠. 그러면 세월호 선장 등 책임자에 대한 복수는 일단 뒤로 돌리고 위기 탈출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위기에서 탈출시킬 리더가 탈출할 기회를 번번이 잃었다면 당연히 경질해야죠.

6. 사고 11일째,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내각 총사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습니다. 그 열 하루 동안 배 안의 아이들…정말 실 낱 같은 희망만 남았습니다. 닷새째 되던 날 차라리 경질을 했다면 다음 서열이 책임지고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헤쳐 나갔겠지요.

7. 대통령 중심제에서 총리가 사의를 표했다 해도 별 무리 없이 돌아가는 거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 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내각 수반 경질로 상징적인 의지를 보였어야한다는 거죠.

8. 왕이 종아리 걷는 건 부모에게 밖에 없습니다. 요즘 대통령의 부모는 국민입니다. 사고를 수습한 후 부모에게 회초리 맞겠다는 자세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봅니다.

9 “국무총리 사의 표명이 세월호 이준석 선장 행위와 뭐가 다르냐”는 네티즌의 지적이 있습니다. 조치를 하는 데 실기했다는 얘기죠.


9. 지금은 국가를 먼저 구해야 합니다. 총리 경질이 실기됐다면 사의에 따른 수리가 즉각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 책임과 권한을 주어야 합니다. 국민일보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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