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 심판자·호통자·포고자에서 내려와라""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근혜 대통령, 심판자·호통자·포고자에서 내려와라""

기사승인 2014-05-02 10:18: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1. 시인도 죽었고 선생도 죽었습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메시지와 달리 우리 한국 사회는 소위 ‘교수’들로부터 어떤 영감도 얻을 수 없습니다. 영화에서 키팅 선생이 ‘오늘을 살라’고 역설하며 학생들에게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런 모습 찾기가 힘듭니다.

2.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국 사회의 모든 병폐가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은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라고 품위 있게 말씀하셨는데 사실 학자들이 먼저 지적했어야 합니다. 적폐를 쌓기 쉬운 권력이 스스로 적폐라고 말을 하기까지 이 땅의 지식인들이 입 닫고 지냈다는 거죠.

3. ‘세월호 침몰 사고’ 때 보여준 지식인들의 태도에서 희망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누구 한 사람 ‘광야의 목소리’로 적폐를 지적하지 않습니다. 해양 관련 학자들은 어느 시점부터 ‘알아서’ 인터뷰를 거절합니다. 그것이 권력으로부터 압력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학자로서의 양심을 앞세우기보다 그 학자들은 그저 일신의 안전을 위해 회피한다는 거죠. 권력이 제스처만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중국 사상가 루쉰이 지적한 지식인의 자세, 한완상 선생이 저서 ‘민중과 지식인’에서 설파한 지식인의 책무가 새삼 일깨워집니다.

4. 그 지식인들이 권력의 적폐에 눈감아 버리니 권력 스스로가 “내가 적폐였다”고 자기 고백을 하고 적폐를 강화하는 블랙 코미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학계가 지식 장사꾼들에 의해 ‘죽은 지식인의 사회’가 되고 만 거죠.

5. 2일 중앙일보 ‘중앙시평’에 연세대 박명림 교수(정치학)가 지식인으로서 일갈했습니다. 에둘러 말한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를 얘기했습니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정부’라는 제목을 통해 “과연 이것이 나라인가?”라는 궁극의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정치학자로서 박근혜 정부의 네 가지 잘못을 지적합니다.

6. 첫째, (박근혜 정부는) 건국 이래 전직 대통령 2세가 이끄는 최초의 정부이다.…세계적으로 2세 정부들의 업적은 나빴다. 이러한 보편성을 딛고 한국적 예외를 보여줄 수 있을지 크게 주목되고 있다.

둘째, 최고 정보기관을 포함한 국가기구의 대선개입 논란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자체가 정당성의 도전을 받으면서 합법성·합헌성·정통성 문제를 야기한 민주화 이후의 최초 정부다.

셋째, 국가 정보기관이 간첩 증거조작을 위해 외국 국가문서를 조작한, 건국 이래 최초의 정부다.

넷째, 민주화 이래 최대의 해양 재앙을 기록한 정부다.

7. 박 교수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국가 추락과 위기 심화를 막기 위해 현재 가장 중대한 요인은 결국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속히 심판자·호통자·포고자에서 내려와야 한다. 시급하다. …포고와 호통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힘으로 찍어 누를 때 가능했던 과거 독재와 권위주의 통치 방식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8. 지금 이 시점에서 이 같은 목소리를 낼 지식인이 몇이나 될까요? 단 한마디라도 권력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면 좌파로 몰아가는 세상에 박 교수의 지적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는 일성이 되었습니다. 사회가 부여한 지식인의 책무를 버리고 숨기 바쁜 이들이 결국 세월호 참사를 불렀습니다.

9. 그 적폐가 그 아까운 청춘들을 사실상 학살했습니다. 지식 사회의 정의와 양심이 죽어 우리 사회 신경과 핏줄이 모두 말라 썩은 몸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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