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결핵 예방백신’보다 ‘불주사’란 표현이 더 친숙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은 어떤 질환을 예방하는 지도 모른 채, 동네 소아과 혹은 교실 한쪽에서 길게 줄을 서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당시 예방접종의 안전성을 의심하며 단체접종에 반발하던 부모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인터넷으로 예방접종이 불러오는 부작용 사례를 일일이 검색하며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예방접종 부작용 논란, 과거보다 심해진 이유
수천,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보다 백신 부작용 위험성이 강조되는 사회적 배경에는 바이러스(세균)에 대해 상대적으로 줄어든 공포심에서 기인하다. 과거에 인간은 바이러스(+세균)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항체가 필요했고 백신을 만들어 위기를 대처해왔다. 철저한 예방접종 덕분에 소아마비나 홍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무서운 존재에서 우스운 존재가 되었다.
지금의 젊은 부모세대의 특징은 이전 부모 세대와 비교해서 감염병이 불러오는 비극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천연두로 온몸에 물집과 고름이 번지고 심한 고열과 오한, 두통으로 괴로워하는 아기를 본 적이 없고 홍역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아기를 본 부모도 극히 드물다. 이렇다보니 감염병을 막아내는 예방접종의 효과를 지나치게 간과해버린 채 왜곡된 사실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홍역, 결핵, 수두…현재진행형 감염병
주변 사람들 가운데, 감염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예방접종이 체계적이지 못한 제3세계에서는 여전히 한해 몇 백만 명의 아기들이 홍역, 백일해, 심지어 지구상에서 박멸됐다고 보는 소아마비 등 각종 전염병의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일단 여전히 흔하고 심각한 감염병에 대해서는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예방접종률이 높게 유지돼야만 다가올 감염병의 유행을 막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예방접종으로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길 확률보다 예방접종하지 않은 질환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는 점이다.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이 늘어나 예방접종으로 쌓아올린 국가적 면역력이 떨어지면 해당질환은 국내에서 얼마든지 다시 흔해질 수 있다. 실제로 MMR접종을 통해 예방하는 홍역은 최근 접종률이 떨어지면서 감염자 수는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모는 무조건 예방접종을 미루거나 거부하기 전에 감염병의 위험성을 파악해야한다. 이때 따져봐야 할 것은 바이러스(세균)의 치사율과 전파력이다. 가령 홍역 바이러스는 영·유아에게 열, 붉은 반점, 눈의 충혈, 콧물 기침을 일으킨다. 감기와 비슷하긴 하나 드물게 설사,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망률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비타민A결핍인 아이가 홍역으로 사망할 확률은 10%로 추산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이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통해 체험한 바 있다. 1년도 안되는 시간에 전세계 인구 3분의 1이 감염됐다.
그렇다면 심한 백신부작용이 발생할 통계적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예방접종 건수는 1077만8327건이고 이중 부작용 건수는 64건에 불과하다. 더불어 여러 곳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신의 성분이 발병 원인이라 지목되는 길랭-바레 증후군(마비)과 자폐증은 백신을 접종한 그룹과 접종하지 않은 그룹에서의 발생 비율이 거의 동일했다. 이와 관련해 박영준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연구관은 “미열, 두드러기 등 보고된 일시적인 부작용은 접종의 이로움을 상쇄시킬만큼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예방접종으로 방어하는 질병들을 가벼운 감기처럼 여겨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