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양수 세브란스병원 자율권수호 비대위원장

[인터뷰] 장양수 세브란스병원 자율권수호 비대위원장

기사승인 2014-05-28 09:32:00

“이사회가 의료원장 임명 시 병원 수익이 병원을 위해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

[쿠키 건강] “그동안 세브란스병원은 ‘주인 없는 병원’이라고 불려왔습니다. 이 말을 거꾸로 하자면 이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의사가 병원의 주인이란 말입니다. 하지만 의료원장 선출에 대해 연세재단이 절대적인 인사권을 행사하는 순간 병원구성원은 재단을 먹여 살리는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일뿐더러 재단이사회의 독단적인 인사권 행사는 병원의 비정상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가슴에 ‘세브란스 자율권 수호’란 초록리본을 단 장양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세브란스 자율권 수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는 26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과 연세재단이 의료원장 선출방식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세브란스병원의 의료원장은 의료진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인 직선제·호선제(간선제)를 통해 선출되고 총장이 이를 인정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의료원장 선출을 위해 호선제를 준비 중이던 지난 달, 연세대 재단이사회가 선거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재단 측은 기존의 방식 대신 총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통보하고,
직·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어떠한 후보에 대해서 보직 임명 동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양수 교수는 “의료원의 구성원들이 추천한 사람이 의료원장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재단이 민주적인 방식을 의심하고 이를 바꾸려하는 것은 재단측에 우호적인 인물을 의료원장으로 앉혀 병원 수익을 챙기려는 속셈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장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은 제중원부터 주인 없는 병원이자 하나님이 주인인 병원이었다. 의료행위를 통해 번 돈은 다시 병원에 재투자됐다. 병상수를 늘리고 최신 의료기기를 사며 더 좋은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투자를 거듭했다. 하지만 재단(이사장)이 의료원장을 임명하면 의료원장은 재단이사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병원에 대한 재투자 범위가 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선거방식을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인사권 장악은 재정권 장악으로 이어지기에 세브란스병원의 현재와 미래가 좌우되는 이번 일은 어떠한 형태로도 양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재단이사회 측이 주장하는 선거의 부조리에 대해서 장 교수는 “지금 우리가 하는 호선제는 모든 의사들이 유권자이면서 모든 의사들이 후보자인 셈이다. 교수 개개인이 의료원장이 되면 좋겠다는 인물을 마음속으로 정하고 가상의 후보에게 투표한다. 득표수가 많은 상위 여섯 명이 선출되고 이 여섯 명 가운데 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발전계획(공약)을 세운 사람에 대해 추천인단이 다시 투표해서 의료원장이 최종적으로 정해진다. 후보자가 미리 정해져있지도 않은 호선제에서 부조리가 만들어질 시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장 교수는 분쟁의 쟁점을 거듭 강조했다. 장 교수는 “표면적으로 의료원장 뽑는 방식을 두고 싸우는 것 같지만 본질적인 것은 돈의 불분명한 사용 우려 때문이다. 제중상사를 매각하면서 721억원에 계약한 것이 있다. 재단이사회는 이 돈을 노린 것”이라며 “환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사회 방침에 대응할 것이기에 우리로서는 불리한 싸움이 될 것이다. 환자들도 우리를 지지해주리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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