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방화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상기하며 우려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번엔 발 빠른 대처가 있었다.
28일 오전 10시51분 도곡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 내에서 조모(71)씨가 인화물질을 넣은 배낭에 불을 질렀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불길은 셌지만 객실 의자 등으로 옮겨 붙지는 않았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전동차 내 의자 재질을 불연성 소재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 때는 가연성 소재로 된 의자 시트에 불길이 붙으며 삽시간에 전 객실로 퍼졌다. 유독가스까지 배출해 수많은 승객이 질식사했다. 당시 192명(신원 미확인 6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했다.
출장을 가던 서울메트로 소속 역무원 권모(47)씨가 불이 난 객실 안에 타고 있던 점도 주효했다. 권씨는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객실 내 소화기를 꺼내 배낭에 소화액을 분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철저한 훈련으로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시민들 역할도 컸다. 권씨의 외침에 시민들도 합세해 소화기를 더 가져와 함께 뿌렸다. 일부는 긴급 비상벨을 누르고 119에 신고했다.
기관사는 비상벨을 듣자마자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했다. 기관사 연락을 받고 대기 중이던 도곡역 역무원들은 전동차가 도착하자 승객 370여명을 대피시키고 잔불을 제거했다. 신속한 초동 대처가 대형 인명피해를 막은 것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남긴 것은 뼈아픈 절망만은 아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사진=뉴스와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