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책임CP의 ‘섬뜩한’ 폭로…“길환영, 토론 출연자까지 개입, 입증자료도 있다”

KBS 책임CP의 ‘섬뜩한’ 폭로…“길환영, 토론 출연자까지 개입, 입증자료도 있다”

기사승인 2014-06-04 14:39:55

KBS 길환영(사진) 사장이 뉴스보도뿐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에도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장영주 책임프로듀서(CP)의 입에서다. 그는 3일 오후 10시쯤 사내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장 CP는 사내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사측 간사였고, ‘심야토론’ ‘추적 60분’ 등을 연출하다 최근 보직 사퇴했다.

장 CP는 “KBS가 김재철의 MBC처럼 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심야토론’ 제작 과정과 ‘진품명품’ 진행자 교체, ‘추적 60분’ 행정소송 등에 대한 길 사장의 개입 정황을 소상히 밝혔다.

장 CP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느닷없는 폭로에 분노했었지만 내용은 진실이었다”며 “사장이 조금의 명예라도 가진채 KBS를 떠나게 해드리고 싶은 충정으로 글을 쓴다. 입증자료를 요구하면 모두 제시하겠다. 모두 내가 겪은 일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먼저 ‘심야토론’ CP를 맡았을 당시 아이템, 출연자 모두 프로듀서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는 상황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장 CP는 “토론주제는 제작진 의도와 다르게 어디에선가 컨펌 받아 내려왔다. 출연자 선정에도 통제가 들어왔다”며 “토론은 교묘히 형평성을 잃었고 여론조작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차라리 프로그램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적었다. 지시가 내려온 곳은 사장실이었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맡은 동안 한번의 예외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가을개편 때 진행자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TV쇼 진품명품’ 논란에 대해서는 “누구도 김동우 아나운서를 MC에서 내리겠다는 말을 못하고 노조의 교체주장에 수세적으로 방어하느라 급급했다”며 “사건의 한 당사자는 ‘사장이 이 건으로 청와대에 끈을 대는 일에 성공했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시 KBS는 윤인구 아나운서가 맡고 있던 ‘진품명품’ 진행을 갑자기 김동우 아나운서에게 넘겨 조직원들로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반발을 불렀다.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전말’ 편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 이후 행정소송을 준비했다 무산된 이유가 길 사장의 반대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내부에서 “‘사장의 재가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는 발언이 나오자 발설자 색출에 나서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장 CP는 길 사장을 향해 “최고 수장께서 공영방송 전체를 특정세력에 헌납하려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사회의 의결과 관계없이 명예로운 퇴진을 결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반기를 든 기자 수백명을 해고시킬 것이냐. 불가능하다. 용단을 내려달라”며 재차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글은 인터넷을 타고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게재된 지 한 시간 뒤쯤 해당 사내 게시판에서 무단 삭제됐다는 의혹까지 나오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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