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5)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준비기간을 지켜본 축구팬들은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홍 감독은 17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전을 앞두고 포부를 밝혔다. 홍 감독은 “모든 훈련을 마쳤다”며 “내일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기자가 “월드컵을 앞두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됐느냐”고 질문하자 홍 감독은 “많이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마이애미 훈련 당시 홍 감독이 대표팀의 훈련 상태를 색깔에 빗대어 ‘흰색에서 분홍색이 되고 있다’고 표현했는데, 지금은 빨간색이 완성됐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홍 감독은 “완성이 안 됐다고 해도 완성됐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며 “오늘 하루 자고나면 우리 선수들이 빨간색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다른 기자가 “첫 경기가 나머지 경기 분위기를 결정하는데 러시아전을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홍 감독은 “첫 경기가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이왕이면 첫 경기에 승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하지만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첫 경기가 끝나고 두 경기가 더 남아있고 상대팀 경기결과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예선전 세 경기 모두 잘 준비해야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내용들이 전해진 뒤 한 축구팬은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담은 글을 올렸다. 홍 감독이 약간 자신 없어 보여 불안하다는 내용이다. 이 네티즌은 “많이 부족했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건 약간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아직 완전한 ‘빨간색’이 되지 않았다는 건 현재 대표팀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홍 감독은 보통 어떤 경기를 앞두고 ‘반드시 이기겠다’ ‘꼭 승리하겠다’ 는 등 자신감을 표현하는데 이번에는 ‘최소한 지지 않겠다’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면서 다른 이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이에 몇몇 네티즌들은 비슷한 의견을 내며 동조했다. 이들은 “저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약간 한 발 뒤로 뺀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연막작전이 아닐까” “일단은 믿겠다” “선수들 인터뷰는 자신감 있어 보이더라”며 기대감을 버리지 않은 의견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물론 중압감이 있겠지만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자신 있게 부딪혔으면 좋겠다”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가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 7시 브라질 쿠이아바에 위치한 아레나 판타날에서 러시아와의 일전을 펼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