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진중권의 “명량은 ‘졸작’”, 감상평이 아니라 죄?

[친절한 쿡기자] 진중권의 “명량은 ‘졸작’”, 감상평이 아니라 죄?

기사승인 2014-08-13 16:23:55

하루 동안의 말싸움으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논란을 시작한 사람은 13일에도 부연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가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는 겁니다. 최근 영화 ‘명량’에 실망감을 표현한 진중권(51) 동양대학교 교수와 분노한 일부 네티즌들의 얘기입니다.

진 교수는 지난 6일 트위터에 “(명량은) 솔직히 ‘졸작’이죠. 영화의 인기라기보다는 이순신 장군의 인기로 해석해야 할 듯”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진 교수의 말은 곧 화제가 됐습니다. ‘진중권’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하루 종일 있었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오프닝 당일 최다 관객’ ‘최단 기간 1000만 관객 돌파’ 등 한국 영화사 흥행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우고 있는 작품을 졸작이라고 했으니 말이죠. 대다수가 “예스”라고 할 때 혼자 “노”를 외치면 시선이 쏠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네티즌의 행태는 이해되지 않습니다. “애국심이 없다” “성격이 비뚤어졌다” “당신이 뭔데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수준 낮은 인간으로 만드나” “관심병 환자냐” 등의 반응이 그것입니다. 영화 평가를 반박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겁니다.

심지어 “진중권은 아내 때문에 명량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라는 글까지 나왔습니다. 진 교수의 아내는 일본인 작가 미와 쿄코(54)씨입니다. 아내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이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내용을 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진 교수는 결국 13일 트위터에 “그냥 명량은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집니다”라며 “명량이 정말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영화적으로 어떤 면이 뛰어난지 얘기하면 됩니다”라고 썼습니다.

진 교수의 평가를 왜 납득할 수 없는지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한 경우도 있었지만 절대적으로 소수였습니다. 물론 “(졸작이라고) 비판을 하면서 ‘어떤 부분이 별로였다’라는 등의 얘기가 없다”는 지적은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진 교수 역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디 감히 이순신 장군을 다루고 지친 국민을 위로해 주고 있는 명량을…’이라는 말하는 네티즌들은 주연 최민식씨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흥행이) 기념비적이기도 하지만 좀 더 영화 내적으로 논의가 되고 논란이 일었으면 한다”고 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국심을 고취시켰어도,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줬더라도, 흥행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더라도 모든 사람이 후한 점수를 줄 순 없습니다. 혹평도 하나의 의견일 뿐 잘못이나 죄가 아닙니다. 더욱이 인신공격은 지나칩니다. 이제 진 교수가 자신의 혹평에 대해 ‘비(非) 영화적 비난’을 퍼붓는 이들에게 멋진 ‘영화적 근거’를 제시해줄 차례가 온 것 같습니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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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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