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경찰에게 ‘건달’보다 ‘양아치’가 급한 이유는…

[친절한 쿡기자] 경찰에게 ‘건달’보다 ‘양아치’가 급한 이유는…

기사승인 2014-09-08 17:35:55

“‘동네 조폭’ 100일 특별 단속”

지난 6일 지인과 경기도 평택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 강동구에서 출발해 경기도 성남에 들어섰을 때 조수석에 앉아있던 지인이 갑자기 웃더군요. 왜 그러나 보니 수정경찰서 정문에 ‘동네 조폭’을 단속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는 “동네 조폭은 그냥 조폭하고 다른 게 뭐냐”고 물어봤고, 전 “활동 범위가 동네 수준 정도인 폭력집단을 말하는 것 아니겠냐”며 나름의 추측을 답으로 내놨습니다.

8일 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동네 조폭이란 특정 지역에서 주로 상인들을 대상으로 폭행, 협박 등을 동원해 금품 갈취를 일삼는 이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과 이력 등으로 겁을 주며 돈을 뺏는 사람이나 단순 주폭은 동네 조폭이라고 볼 수 없다. 규모는 작지만 동네 조폭도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대형 유흥업소 이권다툼이나 조직적 성매매 사업 등을 벌이는 기업형 조폭과 달리 동네에서 장사하는 서민들에게 이런 저런 시비를 걸어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입니다. 제 추측이 딱 들어맞진 않았지만 완전히 틀린 건 아니더군요. 그리고 지인은 그저 ‘동네 조폭’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어 웃었지만 당하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생각하면 웃을 일도 아닙니다.

조폭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에선 조폭 일원이 ‘양아치’라는 소리에 “나 양아치 아니라 건달”이라며 발끈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건달이나 양아치나 다른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들에겐 중요한 개념인가 봅니다. 대형 조폭의 입장에서 보면 동네 조폭이 바로 여기서 말하는 양아치일 수 있겠네요.


알고 보니 강신명 신임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가진 취임 후 첫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첫 번째 과제로 밝힌 게 바로 이 동네 조폭 척결이었습니다. 이에 3일부터 12월11일까지를 ‘동네 조폭 100일 집중단속’ 기간으로 설정한 겁니다.

강 청장은 “현재 범죄단체를 조직해 활동하는 폭력배는 많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국민들 일상생활 주변에는 어려움을 주는 폭력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떤 명분으로 동네 상인들의 생때같은 돈을 빼앗을까요. 무작정 힘으로 제압해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텐데요. 그에 대한 답은 수정경찰서에서 본 현수막 하단 문구에서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단속기간 중 피해신고 시 본인 경미 불법행위 면책”

노래방, 음식점, 유흥업소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행정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네 조폭은 가게 주인들이 이런 약점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는 겁니다. 그래서 경찰에선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면책이라는 당근까지 내걸었습니다. 그만큼 골칫거리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강 청장의 선택은 일단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통해서나 실감할 수 있는 대형 조폭에 대한 검거 활동도 중요하지만, 서민 입장에선 언제든지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이들을 경찰이 중점 단속에 나서겠다고 하는 게 더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으니까요.

서민을 위해 ‘양아치 척결’에 나선 경찰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만일 구호로만 그친다면 경찰에 대한 신뢰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죠.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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