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17일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공소 내용 중 명확하지 않은 일부에 대해 석명(釋明·사실을 설명해 내용을 밝힘)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통상 살인행위의 경우 공소장에는 ‘이에 격분해…’라는 식으로 고의의 행위가 일어난 시기를 구체적으로 적는다”며 “(해당 승무원들의) 살인 또는 유기의 고의가 언제 생겼는지 특정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또 선장의 직접 지휘 의무와 관련해 사고 지점이 맹골수도에 해당하는지, 당시 날씨·조류 등을 반영했을 때 이준석 선장에게 직접 지휘 의무가 있는 구간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밝혔다.
유기죄가 법률이나 계약상 구조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점을 고려해 기소된 승무원들에게 승객 외 숨진 다른 승무원들에 대해서도 보호 의무가 있는지 검토해달라는 요청도 곁들였다.
이 밖에 침몰 당시 항해를 지휘한 3등 항해사의 과실 부분, 살인미수·유기치상 피해자의 범위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재판부는 제시했다.
재판부는 “심증이 생겨서가 아니라 심리해보니 검찰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고 전제하며 “공소장을 보충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검찰은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공판에서 적용 법조 등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변경 범위가 넓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세월호 첫 승선에서 침몰을 겪은 조기장 전모(61)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 전문가 자문단 보고서 증거 조사도 이뤄졌다. 조기장은 기관사를 보조하는 조기수들의 책임자이다.
다른 선박에서 일하다 이직한 전씨는 지난 4월 15일 계약서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세월호에 타 이튿날 사고를 겪었다.
전씨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해 어리석은 짓을 했구나 생각했다. 죄가 있으면 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수사기관 진술을 번복하거나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또 검사의 신문에 “귀에 벌레가 들어가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는 등 소통에 어려움을 보이기도 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