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1998년에 삼성을 제치고 기아차를 품에 안은데 이어 17년 만에 펼쳐진 인수전에서도 삼성에 승리를 거두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양재동 사옥이 너무 협소해 전 계열사가 동원돼 주주들의 이해를 구해가며 한전부지 인수를 강하게 추진해 왔다. 향후 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부동산에 묶어둬야 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양해가 필요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는 30개사, 직원 수는 1만80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양재동 사옥은 5개사에 5000여명 밖에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들은 서울 전역에 뿔뿔이 흩어져 남의 건물을 빌려쓰는 처지였다. 의사결정 등 업무와 직결되는 구조가 불편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정몽구 회장은 2006년부터 뚝섬에 110층짜리 신사옥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규제에 발목이 잡혔고 한전부지가 매물로 나오자 바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를 인수해 단순히 신사옥 만을 짓는 것이 아니라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운영하는 자동차 테마파크다.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이 곳은 독일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현대차는 한전부지 내에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관제탑 역할을 할 초고층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세우고, 아우토슈타트처럼 자동차 테마파크와 최고급 호텔, 백화점 등을 부지 내에 함께 조성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완공되면 해외행사 유치 등을 통해 2020년 기준 연간 10만명 이상의 해외 인사를 국내로 초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연간 1조3000억원을 웃도는 자금 유입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추정이다.
현대차는 공식 입장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100년 앞을 내다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동차산업과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과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경제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국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입찰금액이 4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10조5500억원을 써낸 것에 대해 “미래가치를 감안하면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현섭 기자